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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조선 StyleChosun 2022. 1]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예술혼을 기리며.... 자유의지의 환상을 넘어서고자 했던 현대미술 거장관리자작성일 22-01-24 00:00


스타일조선 2022.1월호

 

파리 근교의 아틀리에에서 만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Christian Boltanski, 1944-2021)가 필자에게 말한다. 그는 필자에게 그의 전시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 작업을 설명 하고 있었다. 사진에는 모범적인 가정의 일상이 담겨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눈빛, 행복한 어머니의 미소, 즐 거운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좀 더 자 세히 보면 관람자를 소름 돋게 하는데, 바로 사진 속 아버지 들이 나치 장교라는 사실 때문이다. “아침에 (유대인) 아이 들을 죽인 나치 장교가 저녁에는 그의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품고 있다”고 볼탕스키는 설명한다. 이처럼 평범한 아버지 가 파시스트 구조로 들어가면 상부의 명령에 순응하는 살인 자가 된다. 우리라고 예외일까? 유대인 출신으로 나치를 피 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주창한 개 념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상기된다. “내(볼탕스 키)가 어렸을 때 고양이가 이웃집에 오줌을 누었다. 이웃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유대인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 사회 구조가 그러하고, 권력을 가지게 되면, 당신은 나를 죽일 수 도 있다. 고양이를 죽여야 했던 것처럼, 나 역시 아이를 죽 이게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당신이 나를 죽일지도 몰 라요”라는 말을 던지는 볼탕스키의 의도된 행동과 고양이 에 피소드는 아마도 꽤 다수의 사람들이 접했을 일종의 퍼포먼 스 같은 것이다). 미술계 ‘슈뢰딩거의 고양이’라 할 만큼, 양 의적인 ‘볼탕스키의 고양이’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매번 심 장이 철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에 참석하는 심정으 로 그가 살아서 준비한 마지막 전시이자 첫 유고전을 관람하러 부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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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은록(동 국대 겸임 교수·리좀-심은록 미술연구소 소장) 기획 고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