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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마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랑스 작가 교류전 <잊혀진 습관>은 '이방인이 감각하는 불확실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살던 이가 프랑스로 이민 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한국 사람이지만 더 이상 한국에 살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아니어서 그곳에서 이방인일 뿐이다.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어떨까. 고국은 외국에 적응했던 기간 만큼이나 변화돼 있을 것이다. 그는 돌아온 고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괴리를 느낀다. 어느 땅에 뿌리를 딛고 사는 사람은 그 장소에서 자기 삶의 역사를 꾸려 나가기 마련이다. 이방인은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늘 확실한 정체가 없는, 이도 저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게 된다. 이번 전시는 스스로 이방인으로 살길 선택하고, 그 삶을 작품에 녹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들 작품을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을 안고 고국에 돌아왔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분명 그가 떠나기 전 살았던 곳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그에게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영화는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이자 공공재로 역할한다 믿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도 자본 안에서만 움직이는 상업 영화 외에, 다양성을 지닌 독립·예술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마산에선 예술·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독립예술영화관 '씨네아트리좀'을 창동에 세웠다.
독립예술영화관을 운영해보니 척박한 국내 영화 생태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 지원정책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2019년 기준 예산 중 33.66%를 영화문화부문에 집행한다. 반면 한국은 영화관을 비롯한 관람객을 위한 예산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또, 경상남도와 창원시에는 지역 예술독립영화관을 위한 예산이 아예 없다. 그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현실이다. 그는 필요를 외면 당하는 현실 속에서 또다시 혼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예술가들은 개별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역할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지역에선 그 부분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죠. 제가 운영하는 씨네아트 리좀이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방인으로 살며 그 한계를 극복해낸 사람들 작품을 이 지역에 전시해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제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갈급함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대표적인 권순철 작가를 들 수 있다. 권 작가는 전시장이 있는 진전면에서 나고 자랐다. 프랑스로 유학 시설 재불 한인예술가협회인 '소나무작가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협회는 1991년 파리 이시레물리노 도시에 있는 거대한 옛 탱크공장을 그들만의 작업장으로 만들었다. 권 작가는 파리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이번 전시에도 권 작가 작품을 가장 중요하게 배치했다.
하 대표가 개인전으로 섭외한 방혜자·이성자·안종연 작가도 마찬가지로 파리서 이방인으로 살며, 그곳에서 작품으로 인정 받은 이들이다. 이번 전시에선 그 외에도 박인경·이융세·홍일화·유벅·한홍수·김명남·김정범·오세견·이동순·김정아·윤상우·이소·마르시알 베르디에·세골렌 페로·크리스틴 카두르·비르지니 로케티·그자비에 루케치·다프네 난 르 세르장·안느 에벙·실비 드 파리스·릴라 파스코·산티 제가라·아르케 작가 등 총 27명 작가가 그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내달 7일까지 마산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자세한 내용은 에스빠스리좀 누리집(espacerhizom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일반 3000원. 문의 0507-1347-5150.
/백솔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