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리좀 웹매거진
문화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늘어나는 작은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은 창원시나 경상남도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독립·예술전용관을 건설하고 그 운영은 ‘씨네아트 리좀’ 같은 민간 전문단체에 맡김으로써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의 영상문화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관의 탄생 역사에서 보듯이 영화관은 현대의 도시민에게 도서관·박물관·아트센터·공연장 못지않게 중요한 필수적인 문화시설입니다. 나아가 영화관은 다른 문화시설처럼 건립과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영화 관람에 소외된 군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작은영화관’을 지자체가 건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민들에게 예술적·사회적·인문학적 교육의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관은 왜 이렇게 방치하는 걸까요.
더욱이 전주와 인천의 사례는 독립·예술전용관도 운영비 확보와 이익 창출에 전전긍긍하지 않으면서 좋은 관람 환경에서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고 부대 프로그램 서비스를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독립·예술영화의 수요 저변이 확대되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자체에 수익까지 되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예술영화관객층이란 수준 높은 문화향유층 양산으로 인한 도시의 질적 수준 상승은 덤이죠.
앞에서 소개한 포럼의 또 다른 분위기는 민간이 운영하는 독립·예술전용관의 운명이 결정될 시간이 이제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저희 씨네아트 리좀이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지는 정말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사회적기업 지원으로 겨우 버텨왔지만, 곧 5년의 지원 만기로 중단될 것이고, 게다가 엎친데 겹친 격으로 코로나로 관객 수가 급감한 지금 폐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창원시의 전향적인 마인드 전환과 재정적 지원을 간절히 바람과 동시에 창원시민과 경남도민의 애정 어린 관심을 기대해마지 않는 까닭입니다.
‘리좀뷸땡’이라는 또 하나의 실험
누구든 현재를 산다. 그 때, 그 장소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그러면 나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얼마나 경험하고 또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먼 곳의 일은 어떻게 알까.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주변사람의 입을 통해? 책을 통해? 아무래도 저 넓은 세상과 저 오묘한 사람의 심리 그리고 그 복잡다단한 관계들을 더 깊이 알아내는 데는 영화만한 것이 있을까.
먼 곳의 이야기와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더 깊다. 하지만 그곳을 가지 않고 그곳을 훔쳐 볼 재간이 없다. 때로는 일상에 정체해 있으면서 그것을 안정으로 혼돈하곤 한다. 이래저래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흥미를 유발할만한 소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 같지가 않다. 에이 참. 나는 그냥 리좀에 영화 보러 가야겠다.
새로운 것, 흥미로운 것, 자극받을 수 있는 것, 아름다운 것,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항상 가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 열심히는 살고 있는 데 왜 이렇게 가슴은 답답할까. 우선 리좀에서 영화부터 한편 보자.
이곳, 젊은 층의 유출현상으로 지자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걱정이 많다. 이 도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사람들이 져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곳에 살다 한번 옮겨가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중해 못지않고 알프스 못지않은 이 아름다운 지방이 버려지는 곳이라니... 암튼 여러 가지 이유로 성취감을 얻기에 참으로 어려운 곳이란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에게는 이 현실이 치명적일 테니 아마 그게 이유 아닐까 싶다. 난 그래서 리좀에서 영화라도 보는데.
영화관이 없는 시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절명의 위기, 판데믹.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자빠지고 꼬꾸라진다. 리좀도 곧 그럴 것이다. 온통 영화관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리좀이 여태까지 버텨온 게 대견하다. 이러다가 진짜 리좀이 사라지기라도하면... 어디로 가지? 무엇을 하지? 어떻게 하지? 영화는 보고 살아야하는데...
OTT 시대란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그런데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보는 게 맛이다. 영화 보는 행위는 단지 영화의 스토리와 연기를 보는 것만이 아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탐험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은 역시 열악하더라도 영화관이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OTT를 통해 보는 것과는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같을 수 없지. 그래서 나는 리좀에 영화 보러간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대마다 조금씩 형식이 다른 모일 장소를 만들어 왔다. 고대는 아렌느라는 공연장이나 경기장이었고 중세에는 교회와 도서관이, 근세에는 박물관과 오페라장이 주요 장소였고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영화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모두 시대의 필요를 더 잘 반영하는 방향이었을 것이고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들과 공존하며 변화 발전해 왔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에서 얻는 크나큰 공감
도시인은 이미 자연친화적 심성으로부터 독립되어있다. 그래서 그들 간의 공감대를 확인해 가야하고 새로운 시대가 주는 새로운 변수들로 인해 생산되는 문제들을 그때그때 풀어가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시대를 예견하고 진단하며 또 조심스럽게 예측하도록 길을 놓아준다. 우리는 이제 개인적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사회와 세상을 염려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며 도시인으로의 책임과 의무를 함께 길러 가야한다. 그 중심에 영화가 있다. 모든 영화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바로 보게 하는 영화들이 그렇다. 어쩌면 도시와 영화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지도 모른다. 중세에 종교가 그랬다면 지금은 어쩌면 영화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집단이 함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라면 지금은 개개인이 개별적인 경험을 통해 시대와 관계를 깨닫고 이해하기 위해서.
- 하효선
에스빠스리좀 대표,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리좀 [현장]
리좀 [현장]
: 리좀에서 일어나는 ‘요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리좀뷸땡, 리좀 불 때!
한산하다. 인공지능이 취향에 따라 영화를 추천해주는 시대에 영화관이라니.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직격탄.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소싯적 시네필을 자처하는 나는 영화관에서 혼자 조조영화를 볼 때면 뿌듯했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영화, 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그곳은 오직 나만을 위한 영화관이었으니까.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묻는다.
“오늘은 관객 좀 있어요?”
물론 최근에는 그마저도 묻지 못한다.
팝콘과 콜라를 주 수입으로 한다는 대형 영화관도 버티기 힘든 시절이다. 관객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한 다양성영화관이야 말할 것도 없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리좀과 인연을 맺은 지 3년 차 예술인이다(지역에서 작가로 활동한 지는 10년차). 예술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 기관에 일정수의 예술인이 파견돼 6개월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견예술인지원사업’을 통해 리좀을 처음 만났다. 2017년, 2018년 파견예술인지원사업을 통해 공연, 전시 협업 프로젝트, 국내외 리좀 레지던스 참여작가 인터뷰 등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해 걸러 2021년에 다시 만났다. 올해 파견예술인지원사업에서는 나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시각예술인 두 명(박도현, 김예림), 무용(박은혜), 국악인(신근영)이 각각 두 명이다.
‘리좀뷸땡’은 참여예술인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올해의 프로젝트 주제이다. 4월 한 달 동안 각자의 작업을 소개하고, 리좀에 대해 알아갔으며 단체 영화 관람을 하고 마감에 맞춰 글을 써내느라 진땀을 뺐다. 메일링 서비스 리서치, 기획, 컨셉팅, 구성, 기사작성 등 전 과정을 대표, 담당자와 함께 했다.
물론 걱정이 없지 않았다.
“메일로 보내는 소식지를 읽어요?”
“요즘에도 이메일 써요?”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하죠?”
수신인은 있지만 어쩐지 망망대해에 던져보는 ‘병 속에 든 편지’와 같은 신세가 아닐까. 누구에게 닿을 지 알 수 없는 편지 말이다.
그럼에도 ‘리좀뷸땡’ 외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질문해 본다. ‘편지’는 마음을 나누기에 여전히 좋은 매체라고 믿고 싶다. 매회 마음을 담아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가 ‘리좀뷸땡’이기를,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리좀과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불어인 ‘뷸땡’은 소식지를 뜻한다지만, 내게는 ‘불때!’로 들리기도 한다.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지역의 극장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자는 의미일까.
리좀뷸땡, 리좀 불 때!
- 손상민(작가)
희곡, 뮤지컬, 동화, 에세이...
장르불문 글쓰기로 살아가는 전업 작가다.
나무와 바다 출판사, 쓰는책방도 운영한다.
[2021 리좀 영화교실]
영화를 사랑하는 경남 시민을 위한 영화 강의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이해를 도우며, 영화 인구 양성 및 확대를 위해 진행됩니다.
▶강의 일정 : 05.31(월) ~ 07.16(금)
▶강의장소 : 에스빠스리좀(씨네아트리좀 3층)
* 2021 리좀 영화교실 수강생 대상 강의입니다. (개별 연락 받은 수강생)
[특집] 이 영화 ! 미장센을 잡아라
<더 랍스터> (*스포일러O)
ㅣ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 감독은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
리좀 상영관에 들어서면서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요즘 대형 상영관에서는 볼 수 없는 상영기 불빛과 자리를 고쳐 앉기 위해 들썩이면 화면에 아래쪽으로 머리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부푼 가슴으로 들어섰던 영화 상영관의 모습이 떠올랐다. 2분가량 늦게 도착했는데 광고 없이 바로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10분가량의 광고를 의무적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향수 어린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에서 나는 금세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내가 보는 영화 <더 랍스터>는 주인공이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신한다는 것 정도였다. 제목이 제목인지라 마지막까지 눈을 부릅뜨고 랍스터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랍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만약 영화를 보게 된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맛있는 랍스터는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매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게 분명하다. 랍스터 역시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ㅣ 상류층과 대비되는 메이드를 입은 그녀들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메이드복’이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복선을 깔고 싶을 때 감독은 메이드 복을 활용한다.
영화 <하녀>에서는 전도연이 메이드 복을 입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메이드가 ‘약자’나 ‘피해자’ 혹은 ‘가난’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그런 이미지일까?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메이드(maid)는 서기 1150년에서 1200년경 Maiden의 파생형 단어인 Maid에서 나왔다. 원래 오늘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가정부”의 의미가 아닌, 젊은 여성, 혹은 순결을 지닌 처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혼인하지 않은 여성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많은 단어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의미가 변질되게 되는데 메이드도 마찬가지 경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인물들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1837~1901)시기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계급구조의 변화가 활발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등장했다. 신흥 세력, 흔히들 이야기 하는 ‘상류층’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의 권위가 ‘가정부’를 많이 고용하는 것이었고 자신들의 품격을 나타내는 것처럼 유행하면서 많은 고용인을 거느리게 되었고 그들의 위치를 규정하는 ‘메이드복’을 만들게 된 것이다.
ㅣ 성적 페티시로 남은 그녀들의 복장
요즘에는 호텔이나 상류층 가정에서도 ‘메이드복’을 찾아보기 어렵다. 복장이 그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 혹은 만화 등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선을 깔기 위한 장치로써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아직도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복장이 가진 이미지 때문이다.
당시 상류층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메이드가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전 직장의 고용주가 소개장을 써 줘야 가능했기 때문에 불합리한 경우에도 응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성적 패티시의 한 장르로 남게 되었다.
<더 랍스터> ‘메이드복’을 입고 나온 여배우의 역할에 중요도를 두지 않고 감상한 영화였지만 항상 굳이 ‘저 복장을 왜 입히지?’, ‘개그 코드인가?’라고 가볍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강자에 의한 괴롭힘의 대상, 우월감의 상징이 되어버린 ‘패티쉬복’, 충실히 복종만을 강조하는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불편한 진실에 이미 모든 영화의 내용을 다시금 생각하고 접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 박도현(시각 예술인)
"유행하는 옷은 안 입는다. 그렇다고 앞서나가지도 않는다. 평범히 갈 길을 가는 사람이다."
[특집] 영화와 함께 춤을
<더 랍스터>
혼자+혼자=?
솔로+솔로=커플(?)
솔로+강아지=솔로(?)커플(?)
혼자서도 괜찮나?(스스로에게 질문)
혼자서도 괜찮아?(YOU)
강아지+솔로+솔로+강아지=?
...가족?
<더 랍스터>와 리좀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 질문을 춤으로 만들었다
더 랍스터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영화에 감독이나 배우나 내용을 제시하고자 하는 장면이궁금하기보다는 춤을 추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춤의 장면을 먼저 기억하고 있다.
기묘한 내용의 스토리만큼 약간의 기묘함이 느껴지는 춤.
영화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이자,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기묘한 커플 메이킹 이야기다. 어디선가에서는 ‘솔로들의 지옥’이라 표현한 문구를 보기도 했다.
영화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멜버른 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특히 2015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화제의 영화이기도 하다.
[안무의도]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찾은 사랑은 양가성을 가진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정말 ‘끝이 없는’ 이야기다.
영화의 설정 상 호텔에서는 커플만이 살아남고 숲에서는 솔로만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호텔에서도 솔로는 존재하고 숲에서도 커플은 존재한다. 이 모든 것들은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에 나 또한 질문을 던져본다.
가수 윤종신도 이 영화에 대해 남다른 영감을 받았던지 영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놓았다. 나는 여기에 무용을 접목한 무비를 만들어보았다.
- 박은혜
마산에서 활동하는 무용가 박은혜입니다.
영화와 함께 ~ Shall we dance?
[추천 영화] 씨네아트리좀 Pick!
도시의 빈틈을 메우는 작은 영화들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주간의 씨네아트 리좀이 상영하는 20편의 영화 중 6편입니다.
매주 15~20편의 영화들이 리좀을 통해 소개됩니다.
현대에 살면서 우리가 겪어내고 기억해야하고 진실을 알아야하는 많은 이야기들입니다.
장애인, 미혼모, 동성애, 전쟁의 상흔, 광주사태, 이혼부모 가정, 성 정체성 문제, 성장영화, 여성, 예술가, 학교교육, 기억상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는 로맨스를 뺄 수가 없죠. 많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
이렇게 영화는 도시의 빈틈을 메웁니다.
미나리
영화는 미국의 독립영화이고 미국 역사에 중요한 쟁점인 이민 문제를 한국 이민자인 감독의 눈을 통헤 그들의 삶을 그린 미국영화이다. 아이덴터티의 개념과 국경에 대한 개념을 죄 흔들며 미국은 이민국가이며 이제 더 이상 백인들이 주인인 땅이 아님을 선포한다.
더 파더
내 할머니께서 앓으셨고 내 시어머니께서 그랬고 건너편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가 그랬고 이웃집 어르신이 그렇고... 때로는 아주 젊은 나이에 기억을 송두리 채 잃어버리는 이 치매란 병은 현대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더욱 피하기 어렵다.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와 스릴러적 기법으로 치매환자의 상태 속으로 관객이 끌려 들어가는 연극이 원작인 영화.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현대판 혁명전야. 250년 전 프랑스 사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파리 외곽 지역의 실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일까. 마치 실타래가 엉켜있는 것처럼 순간 순간의 진행의 연속이 분노와 엉켜 폭발되는 그 시점. 새로 부임한 한 경관의 눈에 비친 믿을 수 없는 이 현실. 그동안의 축적된 모순이 촉발된다.
쿠오바디스, 아이다
27년 전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전쟁 시기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인종학살을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건이지만 현재에서 그 시기에 벌어진 전쟁을 다시 보는 영화. 남편과 아들 둘을 살해한 장본인들과 같은 마을에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당신은...
슈퍼노바
같이 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치매를 앓고 있다. 한 쪽의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또 한쪽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둘 다 이해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 숭고함에 동성애란 걸리적거리는 가치판단이 가해진다면...
좋은 빛, 좋은 공기
1980년 5월의 ‘광주’와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국가폭력의 폐해를 낳은 지구 끝의 두 나라가 겪는 아픔을 이해하고 두 나라의 피해자들의 연대를 통해 지구적 미래를 좋은 빛과 좋은 공기로 이어가고자 하는 감독의 깊은 뜻이 전해지는 영화.
- 하효선
에스빠스리좀 대표,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추천 영화] 이럴 땐 이런 영화 ! 웹툰으로 보는 영화 추천 - 비 올 때
- 김예림
1617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여전히 영화를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영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씨네아트리좀비단의 영화리뷰]
'씨네아트리좀비단'이란 씨네아트리좀 영화 리뷰단 입니다.
씨네아트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리뷰이며
앞으로 업로드 될 리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레 미제라블>
21세기판 <레 미제라블>
ㅣ 몽페르메유의 '불쌍한 사람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영화는 맞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원작 소설은 빅토르 위고가 1845년 9월,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 외곽의 몽페르메유 지역을 여행한 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쥬 리가 감독한 영화의 배경도 몽페르메유다. 감독은 실제로 몽페르메유 출신이다. 빅토르 위고가 19세기의 몽페르메유를 그렸다면, 레쥬 리는 21세기의 몽페르메유를 담아낸다. 예나 지금이나,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불쌍하다.
페르메유에 사는 아이들. 대부분 가난한 이민자 출신으로, 문제를 일삼으며 분노와 폭력적인 성향을 띤다.
그럼에도 영화의 시작은 오히려 경쾌하다. 2018년,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파리는 이를 기뻐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피부색, 출신국에 상관 없이 '프랑스'라는 이름 아래 하나된 모습이다.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의 국기를 어깨에 둘러멘 이민자 소년 이사(이사 페리카) 역시 프랑스의 승리에 환호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은 이 같은 '하나의 프랑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종, 종교, 계급 등 다양한 층위에서 분열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몽페르메유로 전근을 온 신입 경찰 스테판. 이 영화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이다.
월드컵 장면 이후, 타 지역에서 몽페르메유로 전근을 오게 된 경찰 스테판(다미엔 보나드)이 등장한다. 신입 경찰인 그는 팀장 역의 크리스(알렉시스 마넨티), 그리고 그의 파트너 그와다(제브릴 종가)와 한 팀이 되어 움직인다. 그런데 스테판의 눈에 비친 크리스와 그와다의 방식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거리에서 마리화나를 핀 것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의 무리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 이민자 출신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민중의 지팡이로서 공정해야 할 경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ㅣ 사라진 새끼 사자, 그리고 분노하는 사람들
이때, 일이 터진다.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의 소년 이사가 집시 세력들이 운영하는 서커스단으로부터 새끼 사자 '조니'를 훔쳐간 것. 이를 발견한 집시들은 저마다 둔기로 무장한 채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의 아지트를 찾아가 새끼 사자를 내놓으라며 으르렁거린다. 경찰 크리스와 그와다는 두 세력 사이에서 공권력을 휘두르며 억지스럽게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고, 새끼 사자를 훔쳐간 인물을 찾기 위해 SNS를 뒤진 결과 이사가 범인임을 발견한다.
이후 이사를 쫓던 경찰들은 이사의 친구들로부터 반격을 당한다. 이 와중에 그와다는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를 고무탄을 발사하고, 이에 이사가 맞고 쓰러진다. 이 장면을 근처 아파트에 사는 다른 이민자 출신의 소년 버즈(알 하산 리)가 드론으로 찍게 된다. 이 영상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부패 경찰 크리스와 그와다는 고무탄에 맞아 쓰러진 이사를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드론의 주인을 찾는 데 혈안이 된다. 오직 스테판만이 약국으로 차를 몰고 가 이사를 보살필 뿐이다.
경찰 그와다가 쏜 고무탄에 맞은 이사. 그럼에도 경찰은 이사에게 "이 모든 건 네 잘못"이라고 겁박한다.
드론의 주인 버즈는 영상이 담긴 메모리를 가장 믿을만한 어른인 살라(알마미 카누테)에게 가져가 도움을 청한다. 영화 속 살라는 무슬림 세력 내의 정신적 지주로서, 한때 갱단이었지만 종교에 귀의해 평화를 찾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또한 큰 저항 없이 경찰인 스테판에게 메모리를 넘겨주게 된다. 아마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스테판이 이사에게 총을 쏜 그와다에게 메모리를 쥐어주며 사건은 마무리된 듯 보인다. 경찰은 영상을, 집시는 조니를 찾았으니 말이다.
ㅣ 분노한 아이들의 노래
그러나 아이들의 분노는 거셌다. 사과 없이 침묵을 강요받은 아이들이 화염병을 들고 만 것. 경찰은 사과를 하기는 커녕 아이들의 잘못이라 매도했다. 그뿐인가. 자칭 시장이라 불리는 이민자, 무슬림 세력들 역시 아이들의 편에 서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굳건히 하는 데 영상을 이용하고자 할 뿐이었다. 이렇듯 지역 내 상권을 주무르는 이민계 출신부터 무슬림 세력들, 집시들, 마약 밀매꾼과 경찰까지. 아이들은 무능한 어른이자 기성세대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표출한다.
영화의 마지막. 이사는 자신을 그나마 인간적으로 대해줬던 스테판과 대치한다. 제발 도와달라는 스테판의 맞은 편에는 목격자이자 고발자인 버즈가 있다. 각자 손에 무기를 쥔 채 서로를 바라보는 이사와 스테판을 통해 감독은 질문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 것인가?' 감독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속 문장으로 이 질문에 힌트를 던진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영화 마지막에 표출되는 아이들의 분노는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보여줬던 폭력만큼이나 무차별적이고 잔혹하다. '폭탄 같은 영화', '분노한 사람들의 노래'라는 한줄평처럼 폭발할 듯한 증오로 가득한 이들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에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다면 - 어떤 농부가 되어 이 세상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스테판에게 어쩔 수 없이 영상을 건네며, 그럼에도 '그들의 분노는 피할 수 없을 거야'라는 살라의 충고는 많은 생각을 남게 한다.
- 씨네아트리좀비단 홍은혜
<좋은 빛, 좋은 공기>
좋은 세상을 희망하는 방법 <좋은 빛, 좋은 공기>
ㅣ 신원불명 by 군부독재
<좋은 빛, 좋은 공기>는 군부독재가 만든 피해자, 특히 신원불명자들과 실종자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관심을 둔다. 영화에서의 ‘의심’과 ‘확신’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인간은 많은 경우에 의심을 하기 마련이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의 진위를 의심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된다. 시신, 뼛조각 하물며 유품조차 거둘 수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믿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진상규명은 이러한 이유로 이루어진다. 한편 사후관리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진정시키는 용도만은 아니다. 이는 인간으로써의 공감, 사랑, 믿음 등 인도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진상규명을 포함한 과거를 되짚는 일에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조금 더 인간적인 차원에 비중을 두는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실종자와 실종자의 가족들을 조명하는데 있어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ㅣ 기술
202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많은 광주관련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다소 일관적인 기조의 작품들과 달리, 임흥순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비슷한 역사를 가진 아르헨티나와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코드, 명제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특히 양국 청소년이 참여하는 워크샵에서는 기술발달로 인한 역사기록과 이를 되새기는 방법론을 비춘다. 글에서 영상으로, 영상은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다양한 감각과 접근의 가능성을 연다. VR을 포함한 첨단기술은 후세대의 유연한 아키이빙과 새로운 추모의 형식을 생산한다. 단적으로 엔딩즈음에 등장하는 청소년 워크샵 작품은 시공간을 완벽히 넘어서는 또 하나의 진정한 추모형식의 발명이다.
ㅣ 정보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광주사태의 참혹함-실종자-아르헨티나-워크샵 그리고 이는 거울, 안녕, 눈까마스, 행진, 쑥갓 등의 파트로 구분된다. 안그래도 많은 정보량에 피곤한 우리는 이러한 연출에 다소 혼란스럽다. 개인적으로 <좋은 빛, 좋은 공기>에 담긴 정보량과 그에 따른 연출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보자체도 문제지만, 적어도 관객이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취사선택해야 하는지를 감독은 어느정도 제시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조차도 감독의 의도일 지도 모른다. 정보의 가치를 일정선에 두고, 관객 나름의 감수성과 취향으로 습득하게 하는 것 말이다. 권위와 위계를 경계하는 작품에서 특정한 의미와 가치를 슬쩍 밀어넣는 일은 적합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ㅣ 마지막
많은 영화에서 단 하나의 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특정 씬 때문에 영화가 무너질 수도 있고, 특정 씬 때문에 그 영화를 마냥 싫어할 수는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는 역시 마지막 씬을 짚고 싶다. 가상공간에서 과거를 체현하는 이미지들은 40년 전 광주사태와의 시간을 단숨에 좁히는 것처럼 보인다. 체현하는 주체가 청소년이라는 점은 더욱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한다. 그들은 남겨진 과거와 기술의 현재에서 올바른 미래, (제목을 빌리자면) 좋은 빛, 좋은 공기를 꿈꾸는 것이다. 감독의 말을 빌리면 자연을 통해 인간을, 고통의 역사를 기억해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을 희망하는 것이다.
- 씨네아트리좀비단 김준희
<프라미싱 영 우먼>
사회 비판적 메세지와 영화적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프라미싱 영 우먼>
ㅣ 현실과 소름끼치게 닮아있는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은 주인공 카산드라가 성폭행 피해자인 친구 니나를 위해 복수하는 줄거리다.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과 대사는 지난 일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직접 겪은 적이 없다면, 못해도 TV뉴스나 기사를 통해 숱하게 접해왔던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노출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를 슬럿 셰이밍(Slut-shaming)한 적은 없는지, 피해 사실 만으로도 괴로워 하는 여성에게 2차 가해를 입힌 적은 없는지, 용기있게 미투(me-too)한 사람에게 손가락질 한 일은 없었는지.
그런 사건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을 뿐이라도, 우리는 한 명의 전도유망한 여성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린 장본인 중 한 사람일 수 있다. 심지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런 우리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ㅣ 지겨울 틈을 주지 않는 치밀한 구성
<프라미싱 영 우먼>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 등 갖가지 장르의 총집합체다. 요즘 관객들은 짧은 호흡의 영상에 너무 익숙해져 2시간짜리 영화 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관객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영화가 4개의 챕터로 명확히 구분되어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카산드라가 복수할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챕터를 알리는 로마자 숫자가 스크린 정 가운데 등장한다. 그러면 관객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주변에 영화관만 가면 숙면에 빠지는 지인이 있다면,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ㅣ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
여성이 피해자인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고해서,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하는 엔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여성서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통쾌한 복수 성공으로 마무리 되는 결말과는 관계 없이, 또 한 명의 여성 피해자가 추가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성 관객으로서 결코 유쾌한 기분일 수 없다. 그럼에도 of women, by women, for women 이라는 소제목을 붙인 이유는, 주인공 카산드라가 백마 탄 왕자의 도움없이 친구의 복수를 해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남친 라이언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후반 관전 포인트였다. ‘혹시나 라이언이 해결사 처럼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영화를 지켜보았는데, 그런 노파심을 가진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후련한 결말이었다. 사회 비판적 메세지와 영화적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을 강력 추천한다. 이 세상 모든 전도유망한 여성들에게 특히나.
- 씨네아트리좀비단 문옥영
[관객 인터뷰]
씨네아트리좀 5월의 관객 인터뷰
평일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 많지는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쿠오바디스, 아이다>를 보러 오신 여성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인터뷰를 청했을 땐 손사래 치시며 못한다고 하셔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또르르)
생각하던 중에 나의 애절함을 느끼셨는지 쿨하게 해주시겠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까 얼른 옆자리를 차지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무야호!!).
부끄러워 이름도 얼굴도 비공개를 요청하셨지만 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고마운 나의 첫 리좀비였다.
(사진은 강력하게 거부하셔서 멀리서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 실루엣을 찍었습니다...)
“조용하게 영화보기 딱 좋은 영화관!”
간단한 자기소개?
내서에 살고 있으며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이*미라고 합니다.
리좀은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다가 리좀에 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오셨나요?
네.
리좀은 언제부터 오시게 됐나요?
작년부터 찾게 되었습니다.
자주까지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오는 편인 것 같아요.
오늘 보러 오신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쿠오바디스, 아이다> 영화를 보러 왔습니다.
이 영화를 보러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재밌다는 평을 들어 관심을 가졌습니다.
평소에 독립예술영화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독립영화라기 보단 영화 전체에 관심이 많아요.
리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만족하는 편이지만 좌석에 단층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 사람의 뒤통수 때문에 스크린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기대되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나요?
<애플>과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상영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좀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이 이 시국에 맞는 적절한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이 : 5월의 리좀비 '이*미'
인터뷰어 : 신근영
- 신근영
거문고를 탄다. 말하기 두렵다. 그렇지만 말을 걸어본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김예림입니다. 창원대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졸업전시회를 열었죠? 어떤 작품을 전시했는지 또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졸업전시회 때는 주로 대학원 기간 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하는데요. 저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바람에 그려놓은 그림이 많지 않았습니다. 졸업전시회 때 그린 그림들은 거의 한 달 만에 그려낸 그림들이었어요.
졸업전시회 <바나나몽타주> 포스터, 2021
Q. 슬럼프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A. 그리는 건 좋아하는데 막상 대학원에 오는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어야할 것만 같더라고요. 공부가 깊어져서이지만 어쩐지 저는 의미를 만들기 위해 그리는 건 아닌가, 고민이 됐어요.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는데, 그게 졸업전시회 때 전시한 그림들을 그리게 한 동력이 됐어요.
Q. 어떤 시도였나요?
A. 캔버스 하나에 하나의 이미지를 넣는 게 아니라 의미 같은 걸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개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작업이었어요. 무차별적인 이미지들 속에서 끌리는 이미지를 선택해 한 캔버스 안에 그것을 그리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미있어졌어요. 관객도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관객이 스스로 찾아내면서 재미있어 한다는 걸 알게 됐고요.
손 안에 든 인생, 91.0*207.8, Oil on canvas, 2021
Q. 어떻게 이미지를 찾고 또 어떤 이미지에 끌리나요?
A.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들을 보고 이미지를 찾아내는데요. 요즘 이미지 관련 앱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이미지를 선택해 보고나면 추천 이미지가 계속 뜨잖아요. 그렇게 연결되어 찾는 경우가 많아요. 저한테 와 닿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선택해 그리기는 하지만 무의식중에서라도 제가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제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외로움, 공허,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 여럿이서 포옹을 하거나 기대는 장면들이 많은데, 제가 그런 그림을 그린 건 여러 이미지 중에서도 사람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에 끌리는 편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영화의 장면을 그린 것도 꽤 보이는데요. 상업영화 보다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영화에서도 영감을 받나요?
A. 네. 영화나 소설에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보통 깔끔하게 끝나는 영화들보다는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게 끝나는 영화들이 좋아요. 그림도 모든 걸 다 알려주는 그림보다는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게 좋고요.
하지만 영화 속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린 적은 많지 않아요.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은 제 전시를 보고 글을 써준 친구가 있어서 보답으로 그 친구가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고요. 보통은 상관없는 이미지를 쓰는 편이에요.
Q. ‘굳이’ 회화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물론 제게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답하는 걸 꺼려하는 건 아니지만요. 요즘은 자기 얘기를 많이 하는 시대잖아요. 그에 비해 저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더 편한 사람이라서요. 그림을 통해서 제 감정이나 말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Q.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소개해 줄래요?
A. <소각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분할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제게 있어서 처음으로 변화를 준 작품이었고 이 작업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어서 더 애착을 가지게 됐어요.
소각할 수 없는 슬픔, 90.9*65.1, Oil on canvas, 2021
Q. 파견예술인지원사업에 참여해보니 어때요?
A. 정말 재미있어요. 이제까지 다른 분야의 작가를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이 사업을 통해서는 다른 분야 작가님들을 보고 함께 협업할 수 있어서 흥미롭고 좋아요.
Q. <리좀뷸땡>에서 <이럴 땐 이런 영화>라는 웹툰식 영화 소개 코너를 맡았어요. 새로운 시도일 텐데 어렵지 않았나요?
A.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요. 드로잉하고 일러스트에 관심도 많고요. 제 작업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럴 땐 이런 영화>는 다음에 연재된 웹툰 중에 <오므라이스 캠핑>을 떠올리며 만들어 봤어요. <오므라이스 잼잼>은 음식을 소재로 하지만 음식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잖아요. 자연스럽고 단순하게요. <오므라이스 잼잼>이 음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듯이 <이럴 땐 이런 영화>도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전하지 못한 한 마디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작품과 저라는 사람이 함께 관심을 받게 되는데 저는 그게 참 좋으면서도 많이 두려워요. 그런 두려움이 제가 작업할 때 머뭇거리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고요. 아마도 제 이야기를 하는 연습이 부족해서겠죠, 그래서 이런 인터뷰 기회가 저한테는 굉장히 감사해요. 이제는 두려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두려움을 넘어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어 김예림
인터뷰이 손상민
김예림 작가 약력
<개인전>
-2018.3 개인전 ‘내일의 그리움’ 대안공간로그캠프 창원
-2019.3 개인전‘우리는 서로와 그 너머를 사랑하나' 백희갤러리 전주
-2019.11 개인전‘고개를 돌리면 우리의 초상화’ SPACE1326 마산
-2020.7 개인전 ‘조금뿐인 사랑과 너무 많은 나’ 메종드 테라스 청년온나 추최
<단체전>
-2018.8 단체전 ASIAAF 조선일보 서울
-2018.12 단체전 ‘제9회 창원 신진작가 초대전’ 315아트센터 마산
-2019.4 단체전 창원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국제교류전
-2019.4 단체전 2019 창원 청년 아시아 미술제
-2019.10 SYZ 브랜드 콜라보 달항아리 타이거풀 서울
-2019.11 단체전 GG아트쇼 ‘10가지 시선으로 해석한 사랑’
-2019.12 단체전 마사일구
-2019.12 단체전 ‘이 전시는 교훈이 없다' 현대미술회관 부산
-2020.11 단체전 ’평화목공소‘
<협업활동>
2018.1 영국해외탐방
2020.10 창원시 도시재생사업 ’만만한문화피움이‘
2020.10 세대 공감 프로젝트 ’인생이 들리는 사진관‘
<레지던시>
2019 space776 gallery 뉴욕
<출판>
2020.2 시화집 '나의 화훼연구소'
[씨네아트리좀 굿즈굿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