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대로 목소리 냈으면 4대강 사업 안 됐을 것"
[현장] 언론-민주주의 문제 조명한 '창원민주영화제'... <삽질> GV 진행
▲ 지난 22일 오후 창원 씨네아트 리좀 <삽질>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 씨네아트리좀 제공
"큰 매체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4대강 사업은 안 됐을 거다."
<삽질> 김병기 감독은 4대강 문제는 결국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운하가 생소한 시절이다 보니 연구하는 학자들도 없었고, 진보언론조차도 앵무새 노릇을 했다"면서 "다른 언론들이 취재를 했더라면 오마이뉴스라는 작은 매체가 끌고 올 필요가 없었는데, 그런 언론들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병기 감독은 또한 4대강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었다"며 "언론에 광고를 주면서 유리한 기사가 나오게 했고, 불리한 보도를 내는 쪽에는 탄압을 가해 침묵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제대로 된 보도를 막으면서 진실의 눈을 가렸다는 것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창원민주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창원 독립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에서 <삽질>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는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오랜만에 상영이 재개된 <삽질>은 개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대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삽질>에서 주연 역할을 맡은 김종술 기자는 댐과 보의 차이를 설명하며 "4대강에 설치된 보는 크기나 용수면적 등에서 국제기준으로 따지면 모두 댐"이라며, "댐을 만들려면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해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보로 속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보의 홍수예방효과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김병기 감독은 "댐은 만수위라면 70%를 채우는데, 보는 물이 그냥 넘친다. 홍수가 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홍수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현 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술 기자 역시 "홍수예방효과가 있느니 없느니 이야기가 나오던데, 홍수 효과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국민 사기극과 환경 교육이 다 이뤄진 <삽질>
지난 2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예정됐던 상영 일정이 한동안 연기됐던 <삽질>은 창원민주영화제가 열리면서 재개될 수 있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리 등의 혐의로 최근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재수감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의미를 더했다.
이날 <삽질>을 처음 관람한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며 "대국민 사기극과 환경교육이 다 다뤄진 영화로써 정치적 목적보다 교육적 목적에 무게를 두고 학생들에게 널리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창원민주영화제가 주제로 삼은 '저널리즘다큐 그리고 디케(정의의 여신)'와 부합한 작품이기도 했다.
씨네아트 리좀 진영민 프로그래머는 "4대강 사업은 엄청난 재앙임에도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그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4대강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며 "'강은 강으로 산은 산으로 봐야 한다'는, '자연에 다른 논리를 갖다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김종술 기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 지난 22일 오후 창원 씨네아트 리좀 <삽질>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 씨네아트리좀 제공
지난 19일 개막한 창원민주영화제는 주말을 맞아 <삽질> 외에 이조훈 감독의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과 <서산개척단>, 김지영 감독의 <그날, 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 등을 상영했다. 감독들 외에 이용철 평론가가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창원민주영화제는 최근 수년 동안 이어졌던 부마민주영화제가 이름을 바꾼 행사다. 1979년 박정희 유신독재를 쓰러뜨린 부마민중항쟁과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을 도화선이었던 3.15 의거가 발생했던 지역적 특성을 기리기 위한 영화제로서 올해는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지 않지만 독립예술영화 관객들이 꾸준히 찾았고 진지한 질문들이 오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창원민주영화제가 가능했던 것은 코로나19의 피해로부터 전국 독립예술영화관을 지키기 위한 후원 캠페인 'Save Our Cinema(우리 영화를 지키자)' 덕분이었다. 전국독립예술영화관들은 11월~12월 영화진흥위원회의 후원으로 '우리 영화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기획전을 진행하는데, 창원민주영화제도 이 사업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씨네아트리좀 하효선 대표는 "지금은 창원으로 통합됐지만 옛 마산은 3.15 의거와 10.18 부마항쟁이 이어진 민주주의 정신이 투철한 곳이었다"라며 "두 의미를 모두 살리기 위해 민주영화제를 진행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영화제를 진행했고, 올해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의 관심이 어려웠었는데, 다행히 영진위 지원사업으로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면서 "지역 독립예술영화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민주영화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며 <신문기자> 상영 후에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 < 7년-그들이 없는 언론 > 상영 후에는 김진혁 감독, <세인트 주디> 상영 후에는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김이석 교수 등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계속된다.
▲ 2020 창원민주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리고 있는 '영화 포스터' 전 ⓒ 씨네아트리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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