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최석환 기자 경남도민일보
출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7655
창원국제민주영화제 폐막 - 관객과 대화 신준영 감독
"여순사건 더 많은 이가 알게 됐으면"
국가폭력 주제 〈동백〉 제작
4년간 취재해 시나리오 구상
"유가족에 위로 전해주고파"
독립영화상영관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제3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CIDFF·Changwon International Democracy Film Festival)가 7일 오후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9일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영화제 기간 29개국에서 출품된 영화 52편이 상영됐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세네갈 영화 <나피의 아버지>, <아틀란틱> 두 편을 비롯해 페루 영화 <우추라하이의 기억>, 페루계 프랑스인 산티 제가라 감독이 한국에서 만든 영화 <3세대> 등 극장가에서 보기 드문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 신준영 영화감독이 지난달 31일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제3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CIDFF·Changwon International Democracy Film Festival) 영화 <동백>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씨네아트 리좀
"영화 연출을 잘했다 못했다 이런 판단은 접어두시고, '여순사건'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동백>으로 창원을 찾은 신준영(사진) 영화감독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린 관객과 대화(GV)에서 강조한 말이다. <동백>은 여순사건을 주제로 제작된 국내 첫 상업영화다. 지난 4년간 전남 여수와 순천을 수시로 드나들며 유가족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 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지난달 21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신 감독은 "여순사건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적은 많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건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며 "관련 사건을 재조명해서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해주고자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용이 방대해서 모든 갈등을 영화에 다 그려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어깨에 얹어진 책임감이 컸고, 내 손에까지 오게 된 여순사건을 어떻게 풀어내는 게 좋을지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영화 <동백> 한 장면. /갈무리
여순사건은 정부 수립 초기 무렵인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 4.3사건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된다.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 희생됐고, 1949년 이뤄진 전남도 조사에서 희생자는 1만 1131명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통과돼 추후 진상규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 감독은 이 영화를 계기로 국가폭력에 의해 고통받아온 지역민을 잊지 말자는 뜻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은 서로 연결된 사건"이라며 "대량 학살이 있었음에도 그 지역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여순사건을 모두가 기억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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