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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느냐 버티느냐... 창원 독립예술영화관의 고민관리자작성일 21-11-10 12:02


2021.11.09  성하훈 기자  오마이뉴스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786239



무너지느냐 버티느냐... 창원 독립예술영화관의 고민
[인터뷰] 하효선 창원 씨네아트리좀 관장


▲ 하효선 창원 씨네아트리좀 관장 ⓒ 성하훈

"인구 100만의 도시에 독립예술영화관이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효선 창원 씨네아트리좀 관장은 답답한 듯 길게 하소연했다. 독립예술영화관이 무너지느냐 버티느냐의 기로에 선 지점에 있기에 절박함이 느껴지는 호소였다.
 
지난 8월 5일부터 휴관에 들어간 창원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 씨네아트리좀이 모처럼 문을 열었다. 10월 30일~11월 7일까지 개최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정식 재개관은 아니고 임시로 행사 기간 중에만 극장이 운영된 것이었다.
 
지난 6일 창원 창동에 위치한 씨네아트리좀에서 만난 하효선 관장은 "계속 극장이 운영됐으면 좋겠는데, 창원시가 지원을 끊은 이후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 정권 블랙리스트 여파와 코로나19 등으로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영화관을 지키고 싶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남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인 씨네아트리좀은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앞서 경남 유일 독립예술영화관이었던 거제 아트시네마가 박근혜 정권이 독립예술영화관의 지원을 끊으면서 2014년 10월 폐관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영화관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연 씨네아트리좀 역시 운영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3년 만인 2017년 폐관의 위기가 닥쳤다. 이때 활로가 된 것은 봉준호 감독 <옥자>였다.


영사기 임대료 지원하다 끊은 창원시
 
"넷플릭스 영화라 대기업 극장에서 상영을 거부해 개인 소유 극장이나 독립영화관 등에서 상영했는데, 당시 씨네아트리좀은 디지털영사기가 없어서 상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영사기 문제로 상영할 수 있는 작품이 점차 줄어들고 있던데, <옥자> 상영을 못한다고 하니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창원시의원이 창원시에 문제제기를 했어요. 결국 여론이 움직이자 창원시가 영사기 임대료를 3년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는데, 지난 8월 휴관을 결정한 것은 창원시의 임대료 지원이 끊기면서였다.
 
"창원시의 지원으로 영사기를 들여놓고 임대료를 내고 영사기를 운용할 인력을 유지해 왔는데, 지원이 끊기니 모두 극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따져보니 월 1000만 원 가까이가 지출돼야 하는 거예요. 코로나19 상황 속에 도무지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휴관을 결정한 겁니다."
 
하효선 관장은 "창원시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고, 부시장님이 잠시 와서 형식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갖다"며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공무원들의 인식 자체가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10월 30일~11월 7일까지 씨네아트리좀에서 열린 3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 ⓒ 성하훈

극장 운영을 중단한 상태에서 영화제를 통해서나마 잠시라도 극장 문을 열고자 한 것은 부마항쟁 세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창원국제민주영화제에 앞서 10월 1일~3일까지 부마민주영화제를 열었고, 10월에는 임시로 일정 기간 재개관 했다. 
 
하효선 대표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후원하는 행사로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극장의 문을 연 것이었다"며 "부마항쟁에 직접 참여한 세대"라고 강조했다. 1979년 박정희 정권에 반대해 부산과 마산에서 항쟁이 일어났을 때 대학생으로 거리에 나가 시위에 동참한 것이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후 고향에 자리를 잡은 것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작용한 것이었다. 하 대표는 "부친도 1960년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분노해 들고 일어난 3.15 의거에 참여한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부마항쟁의 도시라 창원국제민주영화제는 창원시 차원에서 직접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할 행사인데, 관심이 없다 보니 주한 세네갈대사관 등의 후원과 주변의 도움으로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를 계기로 해서 극장이 다시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창원시나 경남도의 무관심이 서운합니다. 주한 세네갈 대사가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할 목적으로 창원에 직접 방문했는데, 시장과 부시장 누구도 나오지 않아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하 대표는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무관심은 예산에서도 드러난다"며 "경남지역의 영상문화 지원 예산이 고작 1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문화예술 지원 기관인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물어보니 1억이라고 답하면서 내년에는 3억 원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는 데, 1억 원도 대부분이 영화나 영상물 제작 지원 형태라고 합니다. 사실상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은 아예 없는 것입니다."
 
지원 없으면 대출 받아야 하는데...



▲ 지난 5월~7월까지 영진위 지역영화네트워크허브 지원사업으로 열린 리좀 영화교실 ⓒ 씨네아트리좀 제공

경상남도나 창원시가 독립예술영화관에 관심이 없는 반면 지역민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네트워크 허브 지원사업'에 선정돼 5월~7월까지 개최된 영화교실에는 선발된 20명이 거의 빠지지 않고 25번의 강의를 듣는 열의를 보였다.
 
하 관장은 "국내에서 이름있는 평론가와 감독,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을 강사로 불러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했는데, 모든 강의가 끝난 후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씨네클럽도 생겨났다"며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강사로 초빙됐던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창원 수강생들의 열의가 뜨거웠다"며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모임을 만들어 이어가겠다고 해서 작게라도 도움 주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하효선 관장은 "인구 100만이 넘는 곳에는 필수적으로 독립예술영화관이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지자체들이 문화예술정책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남에 30여 개 영화관이 160여 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연간 1000여 편의 개봉영화를 상영하는데, 그중 약 25%의 영화를 스크린이 하나뿐인 소형 영화관 씨네아트리좀이 상영하고 있어요. 하루 5~6회 상영할 때도 있었는데, 개봉 독립영화와 국내외 예술영화의 약 20%는 경남에서는 씨네아트리좀에서만 볼 수 있는 겁니다. 지원 없이 운영하려면 또다시 5000만 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고민이 큽니다."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 배우의 2년 연속 아카데미 수상에 환호하면서도 지역의 독립예술영화관은 생사의 기로에 있는 현실에 하효선 대표의 한숨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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