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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원 리좀 국내 레지던스관리자작성일 18-12-30 00:00


2018 창원 리좀 국내 레지던스

[기간]
2018년 5월 15일 ~ 11월 15일

[입주작가]
김서래, 김소해, 양서준, 오승언, 이수정, 조성훈

[사업목적]
신진예술가 발굴 및 창작여건 개선

신진예술가 창작동력 증대
국내외 타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확대
문화예술적 특성강화로 도시재생의 선도적 역할 주도
창원마산 구도심의 활성화

[기획의도]
복합문화예술공간 ‘에스빠스 리좀’ 창작거점으로서의 역할 강화

상업공간, 창작공간 연계(게스트하우스-입주작가 숙소, 카페- 아뜰리에 및 전시공간)
도심형 레지던스로 창작의욕 고취
문화예술적 기반 도시재생으로 예술활동을 통해 도심 활성화에 기여
다양한 지역작가 간 교류 활성화
창동예술촌 지역 예술적 가치 및 특성을 강화 및 보급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및 역량강화

-오리엔테이션
-특강: 현대미술, 어디로 가나?
-전문가 매칭 비평 워크숍
-오픈스튜디오
 
지역 커뮤니티 및 지역연계
-사업설명회
-밤샘 무료 영화 상영회: 한 여름 밤의 꿈
-뉴질랜드 아타미라 댄스 컴퍼니(Atamira Dance Company) 공연 관람
- 2018 리좀 아트 페스티벌
 
프로모션_ 교류
-파리 라빌라데자르 작가와의 교류
-서울 창동 레지던시 방문, 작가들과의 만남
-PAF 2018 in Paris전 참가
-경남융복합 협업축제 전시 참가
 
프로모션_ 문화탐방
-경남 국제 아트페어 관람
-2018 광주 비엔날레 관람
 
프로모션_ 전시
-인트로전: A6Relationship
-중간발표전: 뽀엥 도르그(Point d’orgue)
-최종발표전: 소소사의 3.15

 



인사말씀

ACC프로젝트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가 후원하는 2018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2018년 창원 리좀 레지던스 사업’을 수행했습니다. 벌써 6개월의 사업기간이 마무리되어 최종보고서를 작성할 때가 왔습니다.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조각,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작가 6명이 6개월 동안 침식을 같이 하며 『에스빠스 리좀』에서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리좀 레지던스는 인큐베이팅-역량강화, 프로모션-교류, 커뮤니티-지역연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기획, 실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작가로 참여한 국내 청년 작가 6명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더욱 풍족한 지원을 하지 못한 데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만 참가한 청년 작가들이 좋은 예술적 경험을 하고 커리어 축적에도 도움이 되었다면 본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토록 더웠던 여름에도 별 탈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수고의 말씀드립니다.
 
하효선 큐레이터를 비롯해 신윤아 매니저는 물론 작가들이 효율적이고 깊이있는 작업성과를 얻게하기 위해 수고한 에스빠스 리좀의 직원 일동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상기 후원 기관들에 대한 고마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레지던스 사업에서 구 마산항 관제탑과 해안도로 가벽을 작업실과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특별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2018년 11월
ACC프로젝트 대표 서 익 진





‘기획의 변’
 
ACC프로젝트는 지역의 문화예술적 토양을 좀 더 튼실하게 배양함과 동시에 지역(local)과 세계(global)를 수평적으로 연결(rhizome)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이번 2018년 리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개인 작업과 협업을 병행하고 장르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행착오 속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마산 지역의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소개전과 중간발표전 그리고 최종발표전이라는 세 차례의 전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에스빠스 리좀이 추진하는 다른 사업들과도 연계함으로써 리좀에서의 창작활동이 한층 윤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사업설명회, 오픈 스튜디오, 피날레 축제 등과 특히 리좀 국제 레지던스 작가들과의 면밀한 교류와 전시, 창작음악극, 마술쇼, PAF in Paris 전시 참여, 가벽 작업 등 역량강화를 위한 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뿐 만 아니라 무료영화상영회, 뉴질랜드 무용공연 관람 등으로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친 지식과 이해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타 지역 레지던스 탐방, 비엔날레 견학, 월례 간담회로 작가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전문가 비평 워크숍, 특강, 오리엔테이션 등 다각도의 경험과 참여를 유도하는 등 참여작가들이 작업과 자신과의 관계를 더 깊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자료집은 그간의 사업들의 진행과정과 성과들을 정리한 것으로 레지던스가 참여작가들에게는 좋은 추억거리이자 작가로서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며 ‘리좀’의 사업들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8년 11월
기획자 하 효 선

 




입주작가

김서래


약력
201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8 마이아트&러브展 5월 30일-6월 5일 (리수 갤러리, 서울) 
201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전시(홍익대학교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 서울)
2017 제3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문전-와우列傳(한전아트센터, 서울)
2017 고 이천득 추모전-동행(홍익대학교 홍문관 현대미술관, 서울)
[수상]
2017 전국 대학 미술 공모전 입선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겨울 호수, 130.3×97.0cm, oil on canvas, 2018


꿈에 잠들다, 145.5×97.0cm, oil on canvas, 2018


표류Ⅱ, 162.2×130.3cm, oil on canvas, 2018

 
작가노트
과거에 힘든 때 위로가 되었던 곳은 창원의 용지 호수였다. 용지호수는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지만 호수의 물은 언제나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물은 한결같이 나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는다. 하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유유하게 흐르는 호수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크게 마음속에 물결치듯 다가온다. 너무 슬픈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형식적인 말보다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듯, 물은 그저 같이 있어준다. 
현실의 여러 문제로부터 도피해서 물로 향했다. 물이 존재하는 공간도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곳을 현실의 생각나지 않는 몽환적인 세계로 다시 표현하였다. 선을 긋고, 물감 원색들을 블렌딩 기법을 사용해서 한 작품이고, 물의 다양한 속성 중 청량감이나 신비감을 강조하였다. 현실에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있을 때 반드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고, 위로 가 될 만한 곳이 필요하다. 현실을 떠나 위로를 받고 현실을 마주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류 작품부터는 창원 용지호수에서 본 나무, 물결, 하늘, 빛의 반짝임 등을 주관적인 표현으로 바꿔서 다른 세상을 표현하였다. 내용면에서는 용지호수의 계절과 날씨에 따른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담아보고, 사람의 내면을 살아있는 자연에 빗대어서 표현하였다. 물결 시리즈의 작품들이 낮과 긍정적인 감정들이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밤, 겨울, 부정적인 감정들도 다루고 있다. 그렇게 변한 이유는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한 빛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면 위의 현실과 수면 아래 자연이 비치는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속으로 하는 생각, 감정들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위와 아래 자연의 모습이 꼭 같지 않고 그림 속의 세상에는 이성도 논리도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면 나뭇잎도 오로라 같을 수도 있고, 수면 위와 아래가 반드시 동일한 사물이 비치는 것도, 물의 움직임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 
기법적으로 물결 작품의 디지털적인 느낌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예를 들면 빠른 붓질을 통해 마티에르를 강조한다던가, 기름을 적게 써서 오일 파스텔의 느낌을 내보거나, 기름을 많이 써서 수채화의 느낌을 시도하였다. 

 
비평글
김서래는 물의 이미지를 변형, 발전시키면서 작업해 오고 있다. 창원이 고향인 그가 가장 힘들었을 때 위로해준 곳이 다름 아닌 용지호수였다는 사실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다. 
작가는 용지호수를 전경화(前景化)하면서 익숙한 풍경을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모습으로 재현한다. 
2017년 작 <표류>에 나타난 용지호수는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수를 주인공으로 하며 제목 그대로 정처 없이 흐르는 물결을 표현했다. 그림 속에서 이제 막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온 호수의 풍경 한 편에 자리한 나무들은 제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고, 호수에 비친 그림자는 데칼코마니처럼 그 잔영을 남기고 있다. 호수는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냇물이나 거친 파도와 달리 바람의 너울거림을 표식처럼 간직한 채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작가는 제목을 통해 어두운 호수에 비친 자신의 불안감이나 쓸쓸함을 전달하려하지만 여기에서조차 관객은 왠지 모를 온기를 느낀다. 이는 그가 천성적으로 숨길 수 없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것에서 연유할 런지 모른다.
작가는 호수의 풍광을 담는데서 나아가 물 자체를 추상화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물결>(2016) 시리즈에서는 추상화한 물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려 시도했다. 작가의 붓질을 통해 물은 덩어리감이 있는 물질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꽃(<물결3>)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의 군집(<물결7>)이 되기도 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물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기반 해 낮과 밤의 호수, 비가 오는 날의 호수, 여름과 겨울의 호수 등 시시각각 달라지는 호수의 모습을 반 추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에게 물은 영감의 원천이다.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김소해


 
약력
[학력]
2017 창원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15 love&flower (대안공간마루, 창원)
2013 꽃이피다 (성산아트홀, 창원)
[단체전]
2011 - 2018 창원미술청년작가회 정기전, 성산아트홀, 창원
2011 낙동강을 거닐다展 (대산미술관, 창원)
2011 봄을 좋아하세요展 (갤러리 봄, 부산)
[수상]
2013 고양 600년 꽃그림공모전대회 장려상, (사)한국미술협회 고양지부, 고양
2012 부산국제패션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특선, (주)아시아패션연합회 부산지회, 부산
2011 성산미술대전 입선, 창원미술협회, 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재)창원문화재단, 창원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2016 경남예술창작센터 9기 입주작가 (한국, 산청)


 
작가노트
-아트노트
처음에 자연이미지를 표현한일은 어린 시절 봄이면 사생대회에서 열심히 풍경을 드로잉한 일이 시작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저는 심려를 들여 완성했었습니다. 물을 이용해 안료를 풀어 표현하는 수채화는 처음에는 세련된 색을 내려면 어렵지만 차츰 발전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연이미지를 드로잉 하였으며 자연이미지와 함께 사람의 에피소드를 레이어드 하여 표현하면 재미있을듯해 진행하였습니다. 다른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쉽게 접하는 자연을 모티브 삼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강렬한 색채 또한  내면의 정서를 표출함으로서 상대방과의 소통을 바랍니다. 또한 사람은 자연속에서 살아오며 성장하였으며 상생하였지요.
-아트설명
자연은 언제나 많은 예술인들의 영감으로 회자되어왔다.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자연에 대한 예술인들의 표현 또한 흥미롭다. 자연에서 살아온 사람의 스토리 또한 예술인들의 창조 원천이며, 예술 또한 자연에서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이다. 자연을 바탕으로 사람 자연의 상생 장소의 새로운 시각의 서정회화에 사람의 똬리를 수놓는다. 자연이미지는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 보다는 강렬한 색감과 반추상적으로 가시화된 이미지이다. 감정을 상징하는 색채를 통해 본인의 정서를 표출, 소통한다. 평면위에 사람 나선 똬리를 수놓음으로서 자연, 사람의 합일을 염원하며 새로운 상생을 제시한다. 레이어드 된 똬리모양은 사람의 형상이며 수없이 뒤엉켜 있으며 원초적인 야생원주민의 모습을 띄며 자연, 사람의 해답을 원초의 생명에서 찾는다.

 
비평글
소해는 꽃을 그리는 작가다. 꽃은 유화의 오랜 소재였으며 많은 작가들의 뮤즈였다. 당연하게도 그러한 이유로 현대미술 작가들이 꺼려하는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그것은 너무도 자주 반복되어 온 탓에 다시 찾지는 않는 ‘노스탤지어’와 같아서 현란하고 독특하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현대미술 틈바구니에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는 분홍빛 꽃을 그린 <분홍꽃>(2015)에서 아무런 꾸밈없이 분홍빛 꽃을 그려놓고 있는 그대로 ‘분홍꽃’이라 말한다. 연산홍을 그린 <연산홍>(2017)이나 해바라기를 그린 <썬플라워>(2017) 역시 그리는 대상 자체를 주제로 삼아 자연을 보이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의 그림에서 주목해 볼 것은 형태 보다는 질감과 색체이다. 여러 가지 크기의 화폭에 담긴 꽃 그림은 유화 특유의 덧칠로 그만의 질감을 드러내고 폭죽이 터지는 듯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은 만개한 꽃의 생명력을 한껏 뽐낸다.  
그는 언젠가부터 블랙 글라데스코를 활용해 그림에 사람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신 서정회화’라고 명명한 자신의 그림에서 자연 이미지에 덧입혀진 똬리의 형상은 인간의 흔적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고 상생(相生)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 이상으로 자연에 기생(寄生)해 살아온 인간의 오랜 역사를 되돌아보도록 한다. 수 만년 동안 피고 지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꽃에 비해 고작해야 백 년 남짓한 시간을 살다 갈 뿐인 인간이 거꾸로 주인행세를 해왔던 건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러므로 그의 화폭에서만큼은 자연은 배경이 아닌 주인이다.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푸른아리아, 130x130cm, Mixed Media, 2018 



분홍프레이즈, 130x130cm, Mixed Media, 2018 


Flower, 20호 변형, oil on canvas, 2018





양서준


약력
[학력]
2017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2018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 (Space 1326 갤러리, 창원)
[단체전]
2018 청년작가전 (거제문화예술회관, 거제)
2018 창원청년작가회 정기전 (성산아트홀, 창원)
2017 창원청년작가회 정기전 (성산아트홀, 창원)
2017 창원신진작가 초대전 (3.15 아트센터, 창원)
2017 예술가의 창 기획전 - 8월의 선물 (Space 1326 갤러리, 창원)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작가노트
자신의 모습, 그리고 타인의 모습에 관심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것에 민감하지만 제대로 자신을 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가 말했듯 우리는 늘 스스로를 점검하고 신경 쓰지만 나 자신을 살피는 데에 있어 
아주 넓은 전신거울 하나쯤은 진즉에 있어야 했던 게 아닐까요.
마주친다는 것은 서로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 안에는 많은 말이나 냄새, 소리, 색, 감정 등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통해 저 자신을 봅니다. 
나를 제외한 것과 마주하여 나를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다른 것들 속의 나와 마주하는 셈입니다. 
얕고 가벼운 부분부터 깊고 세밀한 부분까지 다른 것들에게서 저를 관찰하기를 원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나의 일부겠지요.
그런 생각과 이야기들을 모아서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의 눈이 제게 그러했듯 단편이 아닌 온전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라며. 
 
비평글
검은 물고기 무리가 환영처럼 지나간다. 무채색의 형상이 마음 한 구석에 둔탁한 울림을 남긴다. 
양서준에게 물고기는 일종의 자기 현시(顯示)다. 어느 날 수조에서 헤엄치던 물고기와 눈을 마주친
(마주쳤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처음으로 타자 즉 물고기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그날의 경험을 모티브 삼아 시작한 물고기 연작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2017)는 검은 물고기 무리가 축소 혹은 확대된 형태로 종이 위를 헤엄쳐 다닌다. 몇몇 작품에서는 물고기의 눈이 도드라져 보일지 모르나, 대부분의 작품에서 물고기의 눈을 보기 위해 관객은 눈을 크게 떠야만 한다. 그에게 물고기의 눈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면서 동시에 관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그가 목탄을 재료로 작업하기를 고수하는 이유 역시 물고기의 눈을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서다. 목탄은 흑연과 비슷하지만 흑연처럼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한다. 목탄을 덧칠하다보면 
‘심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검지만 닫힌 어둠이 아닌 열려있는 어둠에 가깝다. 
그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았던 인류 역사상 물고기는 종교적 의미에서 해석되어 왔다. 기독교에서 물고기는 신을 믿는 자의 표식이었고 불가에서 물고기는 수행자가 닮아야할 상징적 동물이었다. 물고기를 수행자에 비유한 데는 눈꺼풀이 없어 언제나 두 눈을 뜨고 지내야하는 물고기처럼 잠들지 않고 정진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덧입혀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를 주제로 눈 ‘마주침’에 몰두한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나와 타자를 마주하는 유일한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서로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고 그 속에서 나조차 모르는 나와 마주할지 모른다.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 180x50cm, 종이에 목탄, 2018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 46x160x60cm, 목재, 2018


시간이 지나도 괜찮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영상작업스틸컷, 2018





오승언


 
약력
[학력]
2019 목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기독교미술 전공 졸업예정
2016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기독교미술 전공 졸업
[개인전]
2018 Rhema展
2017 대전 첫술프로젝트 선정 개인전 ‘도전장’
2017 LOGOS展
[단체전]
2018 PAF2018 (바스티유 디자인센터, 프랑스 파리)
2018 M.A.C.A 그룹전시
2017 천안 하늘중앙교회 초대전
2016 LOGOS 그룹전시
2016 도안동행전 그룹전시
2015 소격동 165 프로젝트 (SOCIUS GALLERY 주관)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작가노트
저는 의류의 재봉선을 이용하여 불균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상과 사회, 종교의 모습들을 시각화 하여 우리가 놓치고 잃어가는 모습들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설치 작업은 과거의 특정한 행위와 모습을 차용하고 현재의 의류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지금,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로 인하여 자신이 잃어버린, 잃어가고 있는 모습들을 인지하게 하고 성찰하게 합니다.
사진의 작업은 그 껍데기만 남은 의류를 입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어 불균형의 외형적인 틀과 껍데기는 우리들의 온전한 모습을 이루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저는 리좀 레지던시에서 어떤 작업을 할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지역의 특성과 지역 안에서의 이야기를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같이 해 나가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3.15의 이야기를 제가 경험한 현재의 집회와 운동의 모습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마산항 근처의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기에 3.15의거탑 주변을 매일 지나갔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 관심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10년정도 뒤에 다시 3.15의거탑을 바라보게 되었고 조사를 하고, 알아보니 상당히 의미 있는 중요한 상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그 탑과 동상이 너무 외면 받고  잊혀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3.15의 정신과 모습들이 지금, 기념탑과 동상들처럼 잊혀지고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왜 드는지 왜 생각이 되는지 성찰해 보니 제 마음과 모습에서 이미 3.15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 일이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3.15의거 기념 탑 동상의 모습을 사용하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3.15의 숭고한 정신과 모습들이 지금 현재 우리들에게 있는지 물어보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우리들의 많은 집회와 운동에서 경험하고 본 많은 이야기들의  목소리와 모습에 무엇을 잃어버린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는 작업으로 저와 저의 작업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평글
오승언에게 기독교미술이란 성경의 역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말씀을 따르려는 행위 전체를 포괄한다. 그는 현대미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기독교인들에게 겉치레에만 집착하는 종교생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의류의 재봉선만 남긴 채 속살을 훤히 드러낸 남여 마네킹을 소재로 한 작가의 졸업 작품인 <흰 옷>(2015)은 요한계시록 3장 4절에 나오는 신의 말씀을 행하는 자들이 입었던 ‘흰 옷’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자신에게 허락된 흰 옷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같은 설치작업은 이후에도 재봉선을 지탱하던 마네킹을 버리고 옷걸이를 이용했다가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입혀 천장에 매단 낚싯줄로 고정시키는 현재의 방식에 이르렀다. (그의 작업은 리좀 레지던스에 입주해 작업한 <소소사의 3.15> 작품에서도 반복, 변주된다.)

작가의 주된 메시지는 알맹이가 빠지고 틀만 남아있는 종교인에 대한 비판이지만, 이러한 이중적인 삶의 태도는 비단 특정 종교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신이 사라진 시대에 현대인의 텅 빈 주체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닌 물질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무채색으로 표현한 교회 내부에 목사 세 분의 설교와 찬양이 동시에 흘러나오는 음향을 장치한 <Sunday Christian>(2017)이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현대화한 <피에타>(2018) 등을 통해 기독교미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는다. 
작가가 자신이 전공한 기독교미술이 중세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미술이라고 전하는 것처럼, 오승언을 통해 우리는 기독교미술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주목해 볼 수 있다.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그날, 지금, 우리, 160x180x180cm, 의류에 재봉선, 2018



껍데기(Shell), 20x20cm, 캔버스틀에 재봉선, 2018


벌거벗은 임금님, Digital printing, 2018 





이수정



약력
[학력]
2018 창원대학교 미술학부 조소 전공 졸업
[단체전]
2018 인터체인지 (조현욱아트홀, 창원대학교)
2017 2018 희망 빛거리 축제 (성산아트홀, 창원)
2017 진해 해군사관학교 초대전시회
2017 <최수환X이수정> 이인전 (대안공간 로그캠프, 창원)
2016 창원대학교 미술학과 동문전시회 <수조각회> (성산아트홀, 창원)
2016 창원중앙역 문화갤러리 전시
2016 구허언展 (space1326, 마산)
2015 창원대학교 문화예술사업단 <new global empathy>전 (마샬갤러리, 몽골)
2015 창원대학교 문화예술사업단 <창원 도큐멘타> 기획전시 (마린갤러리, 부산)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작가노트
우리는 저마다 일상 속의 여러 가지 풍경을 보며 살아간다. 매일 같은 목적지를 오가며 보이는 풍경들에 익숙해져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지만, 문득 매일 보아온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무언가를 짓고 부수고 새로 짓는 모습은 우리에게 이미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지만 쉽게익숙해 지지 않는 풍경이다. 빽빽이 세워진 높은 건물, 밤새 꺼지지 않는 불빛 속에 사는 우리네들에게 풍경이란 어떤 모습일까.
| 리좀 레지던시에서 작업한 작품에 대하여
어느 무렵 나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파트 풍경’이다. 어릴 적 당연하게 아파트를 보며 자라왔고, 내가 나고 자란 창원 지형의 특성상 산도 많이 보며 자라왔다. 지금 우리가,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동네들이 없어지고 지어지는 높은 아파트, 산을 가릴 만큼 높게 지어진 아파트와 밤하늘 별보다 빛나는 타워크레인의 불빛들. 철거되고 지어지는 반복적인 과정과, 복사/붙여넣기 한 듯한 아파트 이미지를 주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도시의 풍경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리좀에서 작업한 미디어 작품은 3D 프로그램과 게임 개발 엔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관람자가 직접 작품을 조작하며 게임하듯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아파트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계속해서 공사 소리가 들리는 가상의 공간을 관람자가 직접 움직이고 소리를 들으면서 구경할 수 있다. 이것은 화면으로 보이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아파트 형태부터 소리까지 실제의 자료를 수집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상이면서 가상이 아닌 공간이 된다. 보는 이가 작품을 보고 다시 창밖을 보았을 때 익숙함과 낯선 무언가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비평글
이수정에게 작품은 일상의 연장이면서 비일상의 단면이다.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흔히 바라보던 풍경 이상의 것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를 디지털콜라주로 작업한 <Ciiiiiitiiiiiiy 1, 2>(2018)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있는 그대로의 아파트이지만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파트 사진을 찍은 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아파트만을 복사하기, 붙여넣기를 반복해 새롭게 단지를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그것은 매우 교묘한 ‘복사’여서 눈여겨보거나 직접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대다수 관객에게 무덤덤하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에는 사실상 복사하듯 찍어내는 아파트 건설의 단순무식하면서도 무자비한 건설방식에 대한 날선 시선이 담겨 있다. 게다가 아파트는 ‘그린’이라는 이름을 표지판처럼 달고서 버젓이 깎아놓은 산중턱에 자리해 그 자체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현실 이면에 감추어진 폭력성과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작품은 작가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나무 한 면에 나무 조각을 붙여 설치한 <나무 위에 나무쓰레기>(2016)는 쓰레기가 되어버린 나무 조각들을 실제 나무에 붙여놓고 나무의 전면에서는 나무 조각이 보이지 않도록 설치했다. 제목 그대로 나무라는 본래적 생명을 잃어버린 나무 쓰레기가 여전히 생명력 있는 나무에 다시 붙은 모양새는 현대문명에 의해 잘려나간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그려보도록 한다. 
작가는 이제 아파트를 소재로 한 디지털콜라주 작업에서 나아가 관객들이 직접 아파트 단지를 걸어 다니며 주변 소음을 들을 수 있는 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3D 프로그램과 게임 개발 엔진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 같은 장치는 게임처럼 작품을 감상하게 하지만 삭막한 풍광과 공사 소음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몫이 아닐까.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나의 도시, MAYA2015, Unity, Media, 2018


3작업과정_ 마야(MAYA) 초기작업





조성훈


 
약력
[학력]
2016 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서양화전공 수료
2012 경원대학교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수상경력]
2017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시각예술분야선정
2017 부평구문화재단 2017 부평영아티스트선정
[개인전]
2018 산양의 노래 (B.CUT 갤러리, 서울)
2017 She, He, It. (KT&G 상상마당 갤러리I, 서울)
2016 Newsdiary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성남)
[단체전]
2018 PAF2018 (바스티유 디자인센터, 프랑스 파리) 
2018 남도밥상展 (인영갤러리, 서울)
2018 특급소나기展 (울산 문화예술회관, 울산)
2018 무술년 세화展 행복하개 건강하개 재밌개 놀아보개 복도 많이 받개 (행촌미술관, 해남)
2017 HEXAGON: 경계를 넘다 (조선대학교 백학미술관, 광주)
2017 미황사美黃寺.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展 (학고재 갤러리, 서울)
2017 화이트세일展 (부평문화재단 부평구아트센터, 인천)
2017 부평영아티스트 선정작가전 (부평문화재단 부평구아트센터, 인천)
2017 7번유형展 (인디아트홀 공, 서울)
2016 해남. 천년의 시간이 머무는 곳展 - 2016 광주비엔날레 기념전 (해남종합병원, 행촌미술관,
녹우당, 충헌각, 대흥사, 일지암, 베짱이농부네 예술창고, 해창주조장,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백련사, 임하도, 이마도 작업실, 해남)
2016 낙원 가까이 해창展 - 2016 광주비엔날레 기념전 (해창주조장, 해남)
2016 화가의 봄소풍 예술이 꽃 피는 해안선 화첩展 - 풍류남도 아트 프로젝트 (행촌미술관, 해남)
[수상]
2017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시각예술분야선정
2017 부평구문화재단 2017 부평영아티스트선정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작가노트
| What you see is what you see?
유년시절, 나는 남다른 환경에서 세상을 대면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어머니는 비디오대여점을 하셨고 아버지는 인테리어셨다. 어머니의 가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디오가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비디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는지 집 구조도 독특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가게와 가정집이 하나로 구분 없이 복합된 특이한 구조였다. 현관이 곧 비디오대여점의 입구였고 온 벽이 비디오 진열장이었다. 가게 한가운데에도 방이 있었는데 그 방은 나름대로 홈시어터가 적당히 설치되어있어 평소 가족들의 영화관이자 나의 아지트로 활용되었다. 덕분에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 보다 영상매체를 접하는 양과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시간만 나면 비디오를 골라 봤고 매일 잠들기 전에 영화를 몇 편씩 봤다. 일본만화의 화려한 컬러며 할리우드영화의 스펙타클한 액션을 수도 없이 접하다 보면 자연히 그보다 자극이 약한 영화는 보는 도중에 감상을 멈추기 일 수였다. 언제든 방문 하나만 열면 장르불문하고 눈을 즐겁게 해줄 다른 영화가 수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지루한 영상을 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흥미 없는 세상은 그렇게 버려졌다.
그 당시, 수많은 영상들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마음껏 경험했고, 상대적으로 자극이 약한 현실의 이미지에 실증을 느낀 나머지 비디오에 점점 빠져 들었다. 비디오를 통해 본 허구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을 구분할 수 없던 어린 시절, 영화나 만화 속의 세상을 현실로 착각하여 현실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지내려 했던 기억이 난다. 본인은 성년이 될 때 까지 그러한 환경에서 생활했다.
어린아이들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 아무리 큰 일이 터져도 관심도 재미도 없으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반면에 별일 아닌 일이어도, 허구의 상황이라도 그 이미지가 시선을 끌만큼 재미있으면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어린애일까?’

비평글
조성훈에게 작업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다.
그는 캔버스 앞에서 스스로를 감독으로 설정한 후 배경을 만들고 주인공을 캐스팅한다. 관객은 그가 만들어낸 영화적 세계를 탐험하듯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한다. 영화가 시나리오를 쓴 작가와 감독의 일방적 이미지와 메시지의 결합이라면, 조성훈의 그림에서는 관객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또 하나의 생산자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영상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단편성을 뛰어넘는 이와 같은 가능성은 1차원적 회화가 기술적인 차원에서 구현해내는 4차원의 세계 너머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음에도, 한편으로는 1차원적 평면 회화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관객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하고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것은 태초의 이미지가 추구하려했던 현실의 재현이자 유토피아적 이상, 그리고 주술적 예지력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추락한 버스 앞에서 위태롭게 보드를 타고 있는 <He needs work on the poses>(2013)와 불타는 배를 뒤로 하고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I’ll teach you how to swim>(2013)은 작품이 제작된 시기와는 별개로 너무도 확연히 2014년 전국에서 생중계되며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조성훈은 최근 공개한 <Flow> 시리즈에서 좀 더 과감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2007년부터 비공개로 작업한 이 작업에서 작가는 수많은 파이프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반복해 그린다. 그림은 흡사 파동처럼 보이는 이 수많은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를 반문하게 한다.
이렇듯 회화의 오래된 가능성에 도전하는 그에게 작업은 자신의 말대로 일종의 게임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게임이어야 하지 않을까.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HISTORIC GARDENS, 30x30cm, oil on Linen, 2018


위중한 간극, 00:08:17, 단채널 비디오, 2018
위중한 간극, 53x83x2cm, 디지털 프린트, 2018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가변설치,디지털 프린트(29.742.0cm)액자 58개,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