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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기억과 행위예술 그리고 마술로 이루어진 이 기이한 퍼포먼스 에서 생존하거나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불화에 전혀 신경 쓰지 않던 환멸에 빠진 한 아이가 ‘가능성’과 만난다. <프리에스카>의 목적은 관객들에게 밝은 색감, 새로운 냄새와 맛으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감각 경험을 선사하는 데 있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 집단의 전통과 정체성, 정치구조를 둘러싼 ‘복잡성’에 대해 내가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적인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작품에 대해_손상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니꿀린 베르게르는 남아공에서 인구 의 10%를 차지하는 백인이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엄격한 채식주의자(비건)이고 예술가이다. 그녀를 설명하는 지극히 단편적인 단 어들을 나열해 보면 다소 복잡하고 모호한 그녀의 퍼포먼스에 조 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프리에스카>는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동시에 백인 사 회 내면의 폭력과 야만성을 경험했던 그녀 자신의 이중적 경험 을 독특한 감각과 연극적 행위로 표현한다. 여러 층위로 구성된 일련의 행위는 남아프리카 전통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마무리 되는데, 이는 ‘공동체적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장치이기도 하다.
남아공 서부의 한 지역의 명칭인 <프리에스카>는 그녀의 고향이다. 따라서 <프리에스카>로 호명된 이 퍼포먼스는 인구상 소수계에 속하는 백인이자 비건인 한 여성 예술가가 행하는 일종의 기 원서사라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 원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녀의 퍼포먼스를 각자의 내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남아공의 언어를 들으며 느끼는 이질감이 함께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해소되는 단편적인 경험을 통해 분열과 봉합을 반복한 그녀의 유년기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와 빵이 그분의 피와 살을 대신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프리에스카>라는 ‘태초(아프리카라는 기원)의 만찬’에 초대되어 그녀의 피와 살을 나누어 먹자. 이것이 누군가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