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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한국 신토불이도 공감할 수 있는 미국 이민자 영화관리자작성일 21-03-06 00:00
<씨네아트리좀비단> 문옥영님의 영화리뷰입니다.
'씨네아트리좀비단'이란 씨네아트리좀 영화 리뷰단 입니다.
씨네아트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리뷰이며
앞으로 업로드 될 리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줄거리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한국 신토불이도 공감할 수 있는 미국 이민자 영화 <미나리>
신파없는 가족영화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해외에서 한 번 도 살아본 적이 없는 신토불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미나리>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헌신하는 어머니, 책임감있게 동생을 돌보는 장녀, 사랑받는 막내 아들, 그리고 이 모두를 보듬는 할머니. 이 다섯 식구가 전해주는 가족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미나리>는 ‘보편성’에 질척거리는 영화는 아니다. 공감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하여 관객의 눈물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감동적인 영화를 봤지만 나의 감정이 소모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인 듯하다.
악당이 없어도 재밌는 영화
영화에 악당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영화의 주인공이 미국 이민자들이라면, 그에 대적하는 인종차별주의자를 세울법도 한데, 영화 <미나리>는 그렇지 않는다. 특정 인종의 사람들이 부리는 텃세에도 굴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근성!! 강인함!!! 같이 뻔한 전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앤과 데이빗이 교회에서 겪는 일들은 애교수준이고, 그들은 곧 친구가 된다. 제이콥의 농사를 돕는 폴 아저씨를 영화 내내 경계하면서 지켜봤지만, 그는 이웃을 사랑하는 착한 광신도였을 뿐이었다. <미나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하게 악하거나, 선하지 않다. 현실에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캐릭터들 덕분에 이 영화를 더 담담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같지 않은 영화
누군가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흔히들 ‘영화같다’고 표현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이야기로 규정한다면, 영화 <국제시장>도 <미나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영화의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미나리>를 끝까지 봐도, 주인공 가족의 삶이 안정 궤도에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으레 영화 주인공들은 고난과 역경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큰 성공을 이루기 마련인데 말이다. <미나리>를 영화같지 않은 영화라고 말한 까닭이 바로 이 것이다. 제이콥의 농사가 대성공을 거두어 이씨 가족이 잘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결말이었다면, 미나리가 상징하는 바를 잘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이뤄낸 혹은 이뤄 낼 성과보다는 그들이 겪어내고 있는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큰 위로를 전한다.
- 씨네아트리좀비단 문옥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