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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로드>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들관리자작성일 21-07-19 10:54


<씨네아트리좀비단> 장가영님의 영화리뷰입니다.
'씨네아트리좀비단'이란 씨네아트리좀 영화 리뷰단 입니다.
씨네아트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리뷰이며
앞으로 업로드 될 리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샤먼로드

 

줄거리
중세시대였다면 ‘마녀’라고 화형을 당했을 프랑스 여자 샤먼 꼴레뜨와 한국 여자 샤먼 성미의 운명적 만남과 우정.
성미와 꼴레뜨는 어렸을 때부터 들린 신의 음성과 영상들(visions)로 인해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고, 이를 천형이라 생각했다.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샤머니즘축제에서 서로를 만난 뒤에야, 꼴레뜨와 성미는 그들의 특별한 능력이 세상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서로를 의지하며 샤먼 로드를 걷는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들 <샤먼 로드>

​이 영화는 길에서 시작하여 길에서 끝이 난다.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각자의 길을 가던 프랑스의 샤먼 꼴레뜨와 한국의 샤먼 성미는 영화의 끝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 이들이 그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운명의 길을 걷다
성미와 꼴레뜨는 어린 시절부터 신의 음성을 듣는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능력은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 성미의 아버지는 성미를 정신병원에 넣으려 하고 꼴레뜨는 어린 나이에 수도원 기숙사로 보내진다. ‘왜 나지? 왜 나만 이런 길을 가야 하지?’, 남과 다른 길 위에서 그들은 도망치듯 결혼을 한다. 그것은 가족에게서 벗어나려는, 숙명에서 멀어지려는 그들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신은, 또는 운명은 그들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그들은 인생의 큰 갈림길 위에서 결국 외롭고, 고통스러운 샤먼의 길을 걷는다.


핏줄로 이어진 길
‘차라리 내가 그 길을 걸었더라면…
’성미의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신내림 받기를 거부했다. 그로 인해 그녀에게 주어졌던 무당의 사명은 딸인 성미에게로 이어졌다. 성미 역시 무당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길을 걷는 것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돌아서게 한 것은, 바로 자신이 아니면 그 길의 운명이 자신의 딸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꼴레뜨 역시 샤먼이었던 외증조모에게서 치유의 능력을 물려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능력이 대물림될 것을 믿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딸에게 상처를 받는다.



함께 걷는 길


‘신은 아무에게나 다 샤먼의 이름을 주지 않아요. 신이 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자만이 샤먼이 될 수 있어요.’
그만큼 샤먼의 길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샤먼의 딸로 살아가야 하는 송이를 보며 성미는 늘 마음속에 돌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꼴레뜨가 내림굿을 받으려 할 때 그녀는 시간을 가지며 충분히 생각해보자고 꼴레뜨를 설득한다.
그러나 무당의 길에 확신을 갖은 꼴레뜨는 한국으로 와 성미에게 내림굿을 받는다. ‘이것은 신의 뜻인가, 인간의 욕심인가?’ 성미는 고민하지만 결국 그 모든 인연이 신의 뜻임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꼴레뜨와 성미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인연을 이어간다. 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으로서 같은 상처와 아픔을 갖은 두 샤먼은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샤먼이기에 성미와 꼴레뜨의 기도는 늘 남을 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스스로는 상처투성이였던 그들은 이제 서로를 만나 자기의 삶을 치유 받게 된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성미의 딸 송이와 꼴레뜨의 딸 마리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샤먼의 딸로 태어난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삶의 길 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성미와 꼴레뜨가 그랬고, 송이와 마리가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며 내내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2014년의 세계샤먼축제에서 꼴레뜨와 성미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을 비롯해 프랑스에 간 성미가 잡신이 든 벨기에의 샤먼을 치료하기까지, 감독은 어떻게 그런 중요한 순간들을 다 카메라에 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최상진 감독이 자신의 또 다른 작품 <바람의 춤꾼>을 위해 샤먼축제에 갔다가 성미와 꼴레뜨를 만나게 된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때, 그들 중 한 명이라도 그곳에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모든 만남이, 모든 인연이 결국은 자신의 길을 가는 모든 이에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한 힘이 아니었을까.
과연 우리는 우리의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 함께 걷게 될까. 영화를 보며 관객들은 자기에게 그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씨네아트리좀비단 장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