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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 인간의 얼굴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관리자작성일 21-03-04 00:00



 

<씨네아트리좀비단> 김준희님의 영화리뷰입니다.
'씨네아트리좀비단'이란 씨네아트리좀 영화 리뷰단 입니다.
씨네아트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리뷰이며
앞으로 업로드 될 리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빛과 철

 

줄거리
두 여자가 한 교통사고로 남편들을 잃었다.
희주의 남편은 죽었고, 영남의 남편은 2년째 의식불명.
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희주는 우연히 영남을 맞닥뜨리고,
영남의 딸 은영은 희주의 주위를 의뭉스럽게 맴돈다.
하나의 사건, 각자의 이유, 조각난 진실···
빛과 빛, 철과 철이 부딪치던 그날 밤의 비밀이 밝혀진다




인간의 얼굴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빛과 철>




얼굴
<빛과 철>을 보다보면 눈에 밟히는 컷들이 있다. 바로 인물의 얼굴을 정면에서 담은 장면들이다. 영화 초반에선 주인공의 얼굴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가, 전개될수록 점점 그 사람을 알 수 없는 아득한 느낌이 든다. 무슨 이유에설까. <빛과 철>의 배종대 감독은 “인간과 인간이 왜 단절되고 멀어질 수 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영화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에서 그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다. 영화 <빛과 철>은 ‘인간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불가능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무리 얼굴을 자세히 보더라도, 타인은 결국 엄연한 타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빛과 철>에서는 이러한 질문과 답을 끈질기게 말하고 있다.

시작과 끝
모든 영화는 시작과 끝에 중요한 함의를 갖기 마련이다. <빛과 철>의 시작은 누군가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차를 타고 있는 ‘누군가’는 빛과 철이 헝클어진 사고현장을 유유히 지나간다. 이 묘한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 또한 상상해본다. 영화 시작의 시선은 우리 모두의 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세계의 많은 끔찍하고 참혹한 실태를 모르지 않지만 애써 그것들을 살펴보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구태여 피곤해지지 않기 위함이다. 진실을 찾으려고 할수록 점점 고통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 영화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영화의 끝에 사슴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사슴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는,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 정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빛과 철>의 또 다른 주인공 ‘은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라이트를 비추는 차 앞에 마주한 사슴을, <빛과 철>에서 드러난 인간군상을 마주한 은영으로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이야기꾼 배종대
독립영화는 좋은 영화도 많지만, 고질적인 문제 또한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문제란 오락적인 부분이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예산상의 문제, 스타배우 기용의 어려움, 기술적인 문제의 이유들이 있겠다. (잘 언급되지 않는) 또 하나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스토리 구성에 대한 안일함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독립영화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쉬운 서사에 안주하고 있다. 쉬운 서사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는 재미가 없어도 괜찮다, 혹은 관객들이 이해해줄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에 잡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종대 감독의 스토리텔링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깊이 이해한채, 탄탄하고 유려하게 장르세계를 구축해낸다. 덕분에 실로 오래간만에 관객은 독립영화를 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독립영화를 넘어 영화계 전체는 이야기꾼 배종대 감독을 주목해야한다.



-씨네아트리좀비단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