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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첫 사랑이 남긴 마지막 편지관리자작성일 21-03-01 00:00


<씨네아트리좀비단> 홍은혜님의 영화리뷰입니다.

'씨네아트리좀비단'이란 씨네아트리좀 영화 리뷰단 입니다.
씨네아트리좀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리뷰이며
앞으로 업로드 될 리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스트 레터 



줄거리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어줄래요?
닿을 수 없는 편지로
그 시절,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한 이들의
결코- 잊지 못할 한 통의 러브레터



첫 사랑이 남긴 마지막 편지 <라스트 레터>

죽음 이후에 전해진 편지들
영화는 자살한 언니 미사키(히로세 스즈 분)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례식에서 언니의 고등학교 동창회 초대장을 받은 동생 유리(마츠 다카코 분)는 언니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한다. 하지만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한 동창들 때문에 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돌아오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 유리는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언니의 동창생 오토사카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를 만나고, 얼떨결에 연락처도 교환한다. 쿄시로는 유리에게 자신의 소설책 이야기를 묻고, 아직까지도 (미사키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문자를 본 유리의 남편(안노 히데야키 분)은 유리의 핸드폰을 망가뜨리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진 유리는 쿄시로의 명함에 적힌 주소로 언니 미사키인 척, 편지를 보낸다.






이때 유리는 쿄시로가 남편이 있는 집으로 편지를 할까 두려워 주소는 밝히지 않는다. 이에 쿄시로는 졸업 앨범 뒤편에 적힌 미사키의 주소로 답장을 보낸다. 그곳은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 분)와 유리의 딸 소요카(모리 나나 분)가 조부모님과 지내고 있는 시골집이었고, 편지를 받아본 아유미와 소요카는 미사키인 척하며 쿄시로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쿄시로는 고교 시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유리, 미사키와의 추억을 편지에 적어 전하며 첫사랑의 기억을 되짚는다. 쿄시로는 전학 후 가입한 생물부 동아리에서 후배 유리를 만나 친해졌고, 유리와 함께 동네 개울가에서 곤충 채집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을 지나던 유리의 언니 미사키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유리와 아유미로부터 동시에 편지를 받으며 서로 다른 필체와 상반된 내용에 의심을 품게 된 쿄시로는 직접 유리를 찾아가게 된다. 이때 쿄시로는 유리가 미사키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음을 밝히고, 유리는 쿄시로가 사랑했던 미사키는 한달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음을 알려준다. 이에 쿄시로는 고교 시절부터 미사키에게 보냈던 러브레터들과 대학교 시절 잠깐 사귀었던 미사키와의 경험을 토대로 <미사키>라는 소설을 썼음을 전한다. 또, 이 소설로 데뷔를 할 수 있었지만 25년이 흐른 지금도 오로지 미사키에 대한 글밖에 쓸 수 없음을 고백한다.

 

마지막 편지, 추억을 되짚다
미사키의 부고를 전해들은 뒤, 쿄시로는 과거 미사키가 살았던 집과 함께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미사키를 쏙 빼닮은 아유미와 유리를 쏙 빼닮은 소요카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쿄시로를 한눈에 알아본 아유미는 쿄시로를 시골집으로 초대하고, 미사키의 영정 사진을 보여준다. 또, 미사키가 간직하고 있던 편지들을 건네주며 그 편지들이 엄마의 보물이었다고 말한다.



아유미는 쿄시로가 다녀가고 나서야 엄마 미사키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을 용기를 낸다. 그 편지는 미사키가 고등학교 졸업식 축사 때 발표한 연설문이었다. 미사키가 쓰고, 쿄시로가 고치는 것을 도와준 글. 아래 포스터는 그 연설문의 전문이다. 이 글을 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미사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쿄시로가 조금만 더 일찍 미사키를 찾았다면, 미사키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25년간 미사키 한 사람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한 쿄시로와 함께였다면, 미사키는 좀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편지로 전하는 아날로그 감성

<라스트 레터>는 <러브 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다.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라는 대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실제로 <러브 레터>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두 영화를 비교할 수 없다. 다만, 두 영화 모두 '편지'라는 매체가 주는 아련함과 '첫사랑'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음은 명백한 듯하다.
<라스트 레터>는 각종 SNS, 이메일, 메신저로 편지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21세기에 '손편지'가 전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다.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었던가, 반추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대학생 시절 1년간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참 많은 엽서와 손편지를 한국으로 썼었더랬다. 행여나 촌스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벅차오르는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쓴 적도 많았다. 그때 편지를 전하던 사람들 가운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아쉽다. 다시 한번,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리운 사람이 생긴다면 그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싶다. <라스트 레터>는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씨네아트리좀비단 홍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