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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벨에포크>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싶다면,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관리자작성일 20-06-07 00:00



<카페 벨에포크>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싶다면,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카페 벨에포크 (2019) 줄거리
1분 1초 설레며, 24시간 사랑했던
내 인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행복했던 그때 그 모든 것이 그리워진 ‘빅토르’는
100% 고객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의 설계자 ‘앙투안’의 초대로
하룻밤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의 눈 앞에 마법처럼 펼쳐진 ‘카페 벨에포크’에서
‘빅토르’는 꿈에 그리던 첫사랑과 재회하게 되는데...

 








2019년 칸,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18개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프랑스산 핸드메이드 타임슬립 영화.


마법영화'란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감동을 주는 타임슬립 영화.
제목부터 이야기하자면 불어로 아름다운 시절, 좋은 시대란 뜻이다.
지난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말하는데 대개 1800년대 말부터
1차 대전이 터지기 전인 1910년 전 까지를 지칭한다.
유럽인들이 르네상스 이후 수백년 간 발전시켜온
인간의 합리주의로 못 이룰 게 없다고
생각되었던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그리고 제국주의로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를 건설해서
식민지 사람들의 피와 목숨값으로
얻은 부를 유럽인들이 누리던 그 시기다.
그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화양연화였고,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시기라는 게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우리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영화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빅토르의 현실은 너무나 비루하다.
신문 삽화를 그리던 화가로서의 생명은 사실상 오래 전에 끝났고,
가족과의 사이도 소원한데 특히 오랫동안 살았던 아내와의 사이는 결국 파탄이 난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돈도 없고, 갈 곳은 아내와 바람 피우는 친구의 작업실 뿐이다.
주인공을 이렇게 비참하게 세팅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현실이 너무나 비참해야지만 주인공도 동력을 얻고,
관객 역시 감정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유사 ‘마법’영화다.
<세이브더캣>이란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주전자 속 지니’ 라고 부르는데
이 장르의 특징은 현실에 염증을 느낀 주인공이 마법의 세계를 통해 행복을 느끼다
결국은 현실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온다는 게 주요 구조에서 찾을수 있다.
이 영화 역시 그 구조에 너무나 부합하면서도 한 단계 뛰어넘는 면을 보인다.


같은 장르의 좋은 영화에서 가져온 좋은 레퍼런스들
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영화가 있는데
첫 번째로 바로 <미드나잇 인 파리>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주인공인 소설가가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이 화양연화라고 느꼈던
1차 대전 직후의 파리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카페 벨에포크> 역시 만화가인 빅토르가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의 화양연화였던 45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인데,

단어 몇개만 바꿨을 뿐인데 그 핵심내용이 동일하다는 걸 우린 알 수 있다.
이것을 장르의 주요 특성 즉 '전형'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상투성을 뜻하는 클리셰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이 타임슬립이 마법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만든 ‘일종의 상황극’이란 점이다.
영화 속에서 어린 시절 빅토르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았던
앙투완이 만든 일종의 '가상현실 제작회사'인데

우리가 VR머신으로 보던 가상현실을 실제로 재현시켜주는 설정이다.
그래서 굳이 과거로 가는 마법을 통하지 않고도 가장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는데,
결국 문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단 거다.
또한 이런 상황극의 연출이란 측면에서 떠오르는 영화가 또 한편이 있는데
바로 한국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다.
이 영화에서는 연애에 서툰 주인공에게 연애를 조작해 연결시켜준다는 내용인데
각종 상황에서 좌충우돌하며 재미를 유발하는 면이 <카페 벨에포크>와 많이 닮았다.


범작을 뛰어넘어 수작에 반열에 오르는 영화의 마지막 10분을 놓치지 말길.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마지막 신을 꼽고 싶다.
마지막 신에서는 걸작에서나 볼 수 있는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주인공 빅토르와 마리안이 처음으로 카페 벨에포크에서 다시 만나서 십분 가까이 이어지는 신인데,
영화를 그저 재밌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던 관객들로서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장면에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울컥함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가 뭘까? 빅토르의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듯이 아내 마린안 역시
지난 40여년 간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육아에 직장에, 가사에... 마리안을 짓눌렀을 삶의 무게가 녹록지 않기에
영화에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그녀의 고통에 대한 진솔한 대화 장면이 있었기에 우린 이 영화를
그저 흥미로운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처럼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란 점이다.
분명 사람들은 순간순간을 고통스럽게 사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은 다 휘발해버리고 아련하고 아름답게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망각은 인간의 생존본능이라고 한다.
그 모든 고통과 상처를 기억하고선 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코로나 사태는 극장의 관객만 줄인 게 아니라 좋은영화의 개봉마저 씨를 말렸다.
좋은 영화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카페 벨에포크>는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카페 벨에포크>의 특별한 시간여행에 동참하고 싶은 관객들은
'씨네아트 리좀'에서 그 설레는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