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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 언제나 널 응원할게, 니가 그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관리자작성일 20-06-01 00:00



<톰보이>
언제나 널 응원할게, 니가 그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톰보이 (2011)> 줄거리
새로 이사 온 아이, ‘미카엘’.
파란색을 좋아하고, 끝내주는 축구 실력과 유난히 잘 어울리는 짧은 머리로
친구들을 사로잡는 그의 진짜 이름은 ‘로레’!
눈물겹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다정했던
10살 여름의 비밀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1 베를린 영화제 테디상 을 비롯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셀린 시아마의 두번째 성장영화.



그저 소년이고 싶은, 한 소녀의 녹록치 않은 성장담.
 
영화 속 미카엘은 겉보기엔 누구나 남자라 믿어 의심치 않을 외모를 가진 소녀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소년으로 대우받길 원하며, 자신을 미카엘이라 소개한다.
실제로도 영화는 시작된 지 14분이 지나도록 관객이 미카엘을 남자로 믿게끔 진행되다가,
샤워신에서 미카엘이 남자가 아닌, 여자란 사실을 직접 보여준다.
영화는 이때부터 관객을 묘한 긴장감으로 숨 막히게 하는데 그 이유는
이제부터 관객과 미카엘이 공동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된다.
그건 미카엘과 리사가 서로 이성으로 끌리는 순간, 그 강도를 더해간다.
나로서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렇게 성적 정체성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후반부가 굉장히 비극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0년 제7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소년을 울지 않는다>의 여주인공도 그런 케이스다.
하지만 감독은 어린 소녀들의 마지막 모습에서 조금은 희망적으로 푼 것이 관객에게는 큰 정서적 만족을 선사한다.
사실 영화가 끝났지만 미카엘, 로레의 미래가 걱정스러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 소녀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소녀, 혹은 소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넌 혼자가 아니라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셀린 시아마.

 
이 영화는 작년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쟁하며
각본상을 수상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감독 셀린 시아마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당시에도 그녀는 이 영화로 2011 베를린 영화제에서 테디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기대주였다.

감독은 겨우 두 번째 작품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며 거장의 면모를 보이는데,
특히 소녀의 비밀을 유지하고, 관객과 공유시키며 하나로 만드는 초중반 모습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감독은 인물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거리를 유지하면 조금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데,
이게 오히려 관객에서는 적극적인 개입의 여지를 만든다.
적어도 <톰보이>의 경우에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일본의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생각났다.
그는 다큐영화 출신으로 그의 극영화들 역시 감정의 과잉 없이 일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데,
그의 대표작으로 2004년 칸에서 최민식을 제치고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무도 모른다>가 있다.
나는 <톰보이>가 그 영향 아래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예를 들자면 <톰보이>에서 미카엘이 자신의 동생과 목욕을 하는 장면,
소년들과 축구를 하는 장면 등에서 그런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감독은 그런 거리두기의 연출법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 성 정체성의 기로에 선 소녀의 이야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보인다.



어린 배우들이 펼치는 풋풋한 연기의 향연

 
이 영화에서 눈 여겨볼만한 배우들은 바로 미카엘과 리사, 그리고 잔이다.
미카엘은 영화에 엄마의 대사를 통해 이미 이전부터 자신을 남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라도 할지라도 여전히 그런 동성애에 대한 터부가 여전하다고 하는데,
그런 환경을 인식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어린 소녀를 보는 게 무척 안쓰럽다.
그런 소녀를 ‘조 허란’ 이란 소녀가 너무나 잘 표현했다.
감독이 캐스팅을 하면서도 어떻게 배우를 구할지 막막했다고 하는데,
오디션 첫날 조를 만나면서 그 고민이 바로 해결되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납득이 될만한 캐스팅이며, 다시 그런 마스크를 가진 배우를 찾긴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은 리사다. 그녀 역시 미카엘처럼 무척 외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동성친구 한 명 없이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지내야만 하는 외로운 소녀인데,
남다른 소년, 미카엘을 만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눈다.
리사 역을 맡은 장 디종이란 소녀 역시 첫 연기이지만, 그 역할을 너무나 충실히 해낸다.
마지막으로 여동생을 맡은 말론 레바나인데 영화에서 우리의 엄마, 아빠 미소를 만드는 장본인이다.
특히 그녀가 미카엘과 거래를 한 후 오빠라고 능청스럽게 부르는 모습에서는 즐거운 웃음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이 영화는 이 소년 아니 소녀의 앞날에 한줄기 빛을 내려준다.
바로 리사와 다시 재회하면서 끝나기 때문이다.
그 둘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하진 않지만, 미소를 짓는 로레의 얼굴에서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감독의 작은 배려로 우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톰보이>의 아역들의 연기에 현실의 시름을 덜고 싶은 관객들은
'씨네아트 리좀'에서 그 풋풋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