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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메탈밴드> 당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꼭 보시라. B급 재미 확실보장!관리자작성일 20-04-20 00:00



<핀란드 메탈밴드>
당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꼭 보시라. B급 재미 확실보장!

 

<핀란드 메탈밴드 (2018)> 줄거리
교통수단은 자전거, 일터는 도서관, 고질병은 무대울렁증
무대 경험은 방구석 1열뿐인 12년 차 메탈바라기 시골 밴드
어느 날, 대규모 메탈 축제 담당자가 우연히 동네에 찾아오고
용기를 내 데모 테이프를 전달한다.
단 한번도 계획대로 된 적은 없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들,
축제가 열리는 노르웨이로 무작정 찾아가기로 하는데…
무지막하게 순수하고, 뻔뻔해서 짠내 나는
그들의 진정한 헤비메탈 라이프가 시작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놀라운 팬덤을 만들어낸,
이 우울한 시기에 한바탕 웃음을 줄 영화


이 세상 모든 루저들을 위한 즐거운 음악영화.
헤비메탈 밴드의 로커라고 하면 우린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긴 생머리에 징 박힌 가죽점퍼,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무법자...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뚜로'는 녹슨 자전거를 힘없이 끌고 가며 동네 사람들에게 ’게이‘라고 조롱당한다.
그런 놀림을 당해도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하는 뚜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데이트신청도 제대로 못하는 그는 누가 봐도 루저에 불과하다.
그런 루저와 더 루저같은 친구들이 모여 야성의 헤비메탈을 한다?
영화는 바로 이렇게 상황을 뒤틀면서 유쾌한 아이러니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 설정은 홍콩코미디의 신, 주성치의 영화들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물론 주성치의 <쿵후허슬>, <소림축구> 등에서 볼 수 있는 세팅이지만,
여기에 핀란드 만의 정서와 유머가 가미되면서 영화는 무척 흥미로워 진다.


​핀란드 음악영화의 계보를 잇다.
<핀란드 메탈밴드> 이전에 핀란드에는 <레닌그란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란 영화가 있었다.
1989년 작인 이 영화는 핀란드의 한 밴드가 미국까지 가서 여러 음악을 하게 되는 좌충우돌기를 그렸는데,
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 영화로 전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레닌그란드... >는 주성치의 전성기 보다 앞서 B급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핀란드 메탈밴드> 역시 그런 매력을 제대로 이어받았는데
영화가 무거워질 법한 상황에서도 그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력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30분, 추격전에 공연신, 거기다 키스신까지 완벽한 엔딩!
친구의 죽음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뚜로에게 한 장의 사진이 도착한다.
바로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독특한 앨범 재킷 사진이 그것이다.
그 사진을 계기로 노르웨이 뮤직 페스티벌로 가기로 결심하는 뚜로와 친구들,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차를 훔치고, 죽은 친구의 관을 파내서 차 지붕에 싣고,
드럼을 맡을 정신병자를 탈출시키는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체포되어 가는 모습에서
더 이상 그들이 루저도, 낙오자도 아님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도, 영화 밖 관객들도 잠시나마 성장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쉽게 웃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영화를 한바탕 보고 나면 나 역시 뚜로보다 나을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이, 정처 없이 부표처럼 떠도는 내 삶이 말이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이 영화의 스크리너를 재생시켜 아무 장면이나 틀어본다.
그럼 잠시나마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는 향후 영화해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핀란드 헤비메탈의 묘미에 빠지고 싶은 관객들은
'씨네아트 리좀'에서 즐거운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