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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한국의 브리짓 존스, 서울의 아멜리에. 그 이름은 이찬실관리자작성일 20-03-16 00:00



<찬실이는 복도 많지>
한국의 브리짓 존스, 서울의 아멜리에. 그 이름은 이찬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줄거리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에 빛나는 따뜻한 봄날같은 영화

감독 자신의 삶을 투영한 웃음과 가슴뭉클함이 가득한 영화.
영화는 암전 상태에서 비장한 음악이 흐르며 시작된다.
독립장편영화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너무 비장한 음악이라 나도 모르게 즐거운 웃음이 난다.
그리고 영화는 시종일관 그 웃음의 깊이만큼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찬실이는 고민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뭔지, 그걸 하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고민은 찬실이의 고민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실제로 독립영화들의 프로듀서를 했던 김초희 감독은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에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확신에 찬 숨결이 느껴진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넘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몸부림치고 있다.
찬실은 영화적 동반자였던 감독을 잃고 직업도 잃었고,
친한 여배우 소피는 ‘발연기’를 한다는 악플에 시달린다.
그리고 불어를 가르치는 단편영화감독 김영은... 영화를 하기에 너무 착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의 아픔을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위로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영화제작이란 특정 직업을 넘어서 차가운 일상을
보내는 모든 이에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위로를 건넨다.


한국의 브리짓 존스, 서울의 아멜리에. 바로 이찬실
주인공 이찬실 역을 맡은 강말금 배우는 극중 배역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시절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회사생활을 선택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결핍을 느끼던 그녀는 서른살이 넘어서야 서울로 상경해서,
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런 삶의 애환이 자연스럽게 강말금 배우의 메소드연기로 승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주목되는 강말금 배우이지만, 찬실이는 앞으로 영원히 그녀를 빛내줄 캐릭터다.

창원의 모든 찬실이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문득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찬실이처럼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줄 사람이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나의 현실이 아쉽지만, 찬실이처럼 희망차게 나를 토닥여본다.
아픈 상처는 잊고, 그냥 앞으로 잘 하면 된다고 말이다.
창원의 모든 찬실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어두운 밤 홀로 걸어가며 혼자란 생각이 들 때 이 영화를 보라고.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추신.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엔딩곡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끝까지 놓치지 마시길.
경기민요 전수자이자 '국악계의 이단아' 불리는 이희문이 부른 엔딩곡은
흥과 위로의 정서로 극장을 나올수 있게 해준다.

찬실이의 참 매력에 빠지고 싶은 '참' 관객들은
극장계의 찬실이, '씨네아트 리좀'에서 설레는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