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아이돌, 반항아, 혁명가... 아니 영화 그 자체 - 고다르
고다르의, 고다르를 위한, 고다르에 의한
영국에는 찰리채플린과 알프레드 히치콕, 미국에는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프랑소와 트뤼포와 장 뤽 고다르를 꼽을 수 있다.
장 뤽 고다르, 29살에 만든 <네 멋대로 해라>로 전 세계 영화문법을 뒤흔든 그는
단순히 천재, 반항아, 혁명가를 넘어 영화 그 자체와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고다르는 트뤼포와 함께 기성의 영화문법을 거부하며
점프컷, 즉흥연기, 카메라를 보며 하는 독백 등을 사용하여 전 세계 영화문법을 파괴했다.
특히 초기작인 <네 멋대로 해라>, <비브르 사 비>, <사랑과 경멸>은
당대 젊은이들의 집단 무의식을 자극하며 새로운 영화사조인 ‘누벨바그’를 이끌었다.
당대의 유명 정치인, 예술가들이 모두 그를 칭송했으며, 심지어 비틀즈 역시 고다르를 존경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대륙을 넘어 미국의 영화운동인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까지 그는 여전히 건강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 그 자체’를 영화로 만드는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인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바로 2011년작 <아티스트>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1920년대 후반,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그해 아카데미의 최고의 스타로 뽑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국의 전설적인 영화감독인 고다르의 삶의 단편을 영화로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감독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돌아온 것이다.
<아티스트>에서 보여줬던 인간에 대한 연민과 유머를
이번 영화에서 유감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건재를 확인시켜 주었다.
혁명의 시대,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아티스트의 이야기
영화는 고다르가 가장 빛났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29살이 아니라 그 영광에서 벗어나고자 고통받았던 38살의 시기를 다룬다.
당시는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68 혁명의 시대였는데 고다르는 혁명과 사랑을 모두 완수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건 없고, 천재였던 자신의 과거에 짓눌려 히스테릭해져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늘 상처를 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 천재의 ‘빛’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늘’을 다룬다는 점이다.
영화 속 고다르는 인격적으로 훌륭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평범한 우리 주변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제된 ‘신화’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오는데,
그 덕분에 ‘고다르’라는 한 사람을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천재를 사랑했던 또 한명의 아티스트
배우 중에는 고다르의 배우이자 아내인 안느 역을 맡은
스테이시 마틴이 눈에 들어온다.
한 남자를 처음 사랑하고, 함께하고, 이별하는 어린 여인의 모습을
뛰어난 표정연기를 통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 씨네아트리좀 프로그래머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