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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현실 속 빛을 포착하다관리자작성일 21-10-08 14:05


2021.10.05  박정연 기자  경남도민일보
출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4146



<어두운 현실 속 빛을 포착하다>
"선진국? 노동 인식 수준은…"
"촬영은 경험 쏟아내는 과정"



1~3일 '평화·민주·인권'을 주제로 부마민주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주최하고 에스빠스리좀협동조합이 주관했습니다. 영화는 비대면으로, 감독과 대화는 대면으로 만났습니다. 3일 열린 감독과 대화에 이태겸·이승원 감독이 참여해 관객과 호흡했습니다. 박송묵·장가영 씨가 진행을 맡아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이태겸 감독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 "송전탑을 매개로 한 영화를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온라인으로 함께 봤는데 안전장치도 없는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엄청 분개했습니다."(온라인 관객 블루로터스)

이날 감독과 대화 시간에 참여한 관객이 남긴 후기다. 이태겸 감독은 "오늘도 어느 곳에서 소리 없이 목숨을 잃는 산재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노동 인식은 공통 교양이 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주인공은 여성노동자다.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그에게 회사는 하청업체 파견을 결정한다. 일종의 유배다. 원청인력 인건비 부담까지 하청업체에 떠넘기며 알아서 나가 떨어지도록 만들라고 명령한다.

낭떠러지에 몰린 그에게 손을 내민 하청업체 동료. 오르지 못할 것 같던 송전탑에 올라 하늘을 가까이 마주한다. 추락·감전이라는 위험을 달고 살며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작업 환경을 잔잔하게 그린다.

송전탑과 빛은 노동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 감독은 "차갑고 장중한 질감을 철탑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고, 결국 전선을 타고 빛이 되는 노동의 순간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한 "해가 지는 순간 철탑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거미줄처럼 보여 그 안에 놓인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영화음악에 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무언가에 긁히는 소리라든지 윙윙거리는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종종 등장했다. 이에 감독은 "송전탑에 오르는 노동자들을 만나보니 이명이라는 직업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대사 이외에도 소리로 전달하는 그들의 일상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3일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부마민주영화제 감독과의 대화에서 <세자매> 이승원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정연 기자


◇이승원 감독 <세자매> = 가부장제와 가정폭력 문제를 촘촘하게 그려낸 영화 <세자매> 또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아이들. 첫 장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승원 감독은 "세 아이 중 두 아이만 뛰게 되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며 "세 자매가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뒷모습부터 신(scene)이 시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인물의 첫 등장이 표정에서 시작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충분히 있다고 봤다. 또한 영화의 주요 공간은 모두 세 자매가 결혼 이후 이룬 가정이자 집이 배경이다. 특히 세 자매 중 희숙의 공간은 늘 어둡고 고립된 모습이다. 이 감독은 "어둠 속에서도 미묘하게 작은 빛들을 공간에 비추려고 촬영·조명 감독과 의논을 많이 했다"며 "빛은 일종의 탈출구이자 버티고 살아낸 그들의 한 줄기 희망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영화서 세 자매가 아버지와 마주한 상황, 즉 딸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보인 아버지의 반응에 대한 질문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감독은 영화 촬영 직전까지 고민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장면이라고 밝혔다.

"감독이 모든 인물의 감정을 다 알고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제가 가장 조심하고 피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다. 그 아버지의 행동과 말을 보고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영화 <세자매>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을 뿐 저마다 지나온 삶에서 경험한 이야기 요소가 많이 담겼다. 참여한 배우도 스태프도 촬영하면서 서로 공통된 경험들을 쏟아내는 과정이었다. 감독인 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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